정부조직법 합의→번복→합의…나흘간 줄다리기
2013-03-22 제주매일
이에 따라 정부조직개편안은 2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지만, 여야 간 힘겨루기로 막판까지 파행이 거듭됐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여야가 협상의 물꼬를 튼 시각은 21일 오후 7시 30분이었다. 새누리당 김기현·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화통화를 갖고 정부조직개편안 핵심 쟁점들에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
논란이 된 지상파 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기로 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에 대한 변경허가에 있어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이같은 합의사항에 대해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급기야는 양당 수석 간 합의사항이 번복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협상이 또 다시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양당 원내지도부는 각자 해당 상임위 간사를 불러 긴급회의를 가졌다.
새누리당측에선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수석부대표, 조해진 문방위 간사 등이 회동을 가졌고, 민주당측에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수석부대표, 유승희 문방위 간사가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결국 고심 끝에 여야는 합의문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항들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의 주장이 그대로 관철된 셈이다.
여야는 당초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문방위원장과 여야 문방위 간사를 통해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양당 원내대변인 브리핑으로 서명을 대체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변인이 발표한 합의문은 그동안 여야가 해석을 달리하던 문항들을 보다 구체화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했다.
우선, 지상파 방송 허가·재허가와 관련해 방통위가 미래부에 기술적 심사를 의뢰하면 미래부가 그 심사결과를 방통위에 통보하고, 허가·재허가 여부는 방통위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 기존의 합의문에는 빠져 있던 '변경허가'와 관련해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앞서 여야가 지난 17일 합의한 정부조직개편안이 본회의를 목전에 두고 쟁점화한 배경에는 여야가 합의문 해석을 달리한 데 있다.
새누리당은 '전파·주파수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이관'이라는 합의문에 근거해 지상파 허가권이 미래부에 있다고 봤고, 민주당은 '방송용 및 통신용 주파수 관리기관은 현행과 같이 각각 방통위 및 미래부로 한다'는 조항을 근거 삼아 방통위 소관임을 주장한 까닭이다.
또 SO 변경허가에 대한 방통위의 사전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허가·재허가 및 법령 제개정의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민주당은 허가·재허가권에 변경허가권도 포괄된다고 주장했었다.
민주당의 해석이 관철되긴 했으나, 결국 20~21일 본회의를 앞두고 나흘 동안 '의미 없는' 싸움을 한 셈인데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는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당초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문 조문에 없는 부분에 대해 당내에서 완강히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다"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도저히 처리가 안 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더 이견이 있다면 국민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신뢰를 지켜 국민들에게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야당에)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에서 오늘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빨리 처리하자, 밤을 넘기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며 "청와대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여론 무마용으로 청와대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늘 김학의 차관 사퇴 문제도 있고 해서 청와대 속내가 상당히 복잡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려고 생트집 잡는 방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소탐대실의 정치, 꼼수 정치를 폈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어찌됐든 양측 모두 협상 타결 나흘 만에 진흙탕 싸움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을 면하긴 어렵게 됐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