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치료학-김찬집
“동의보감”은 선조 때에 임금의 병과 건강을 돌보는 어의(御醫) 허준(1546∼1615)이 선조의 명을 받아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학 서적을 하나로 편찬한 의학 서적이다. 중국 · 일본 등의 한방 의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의보감”은 허준이 한의학을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연구한 책으로 동양의학의 최고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의보감은 한문으로 저술 되어있고 그 내용자체가 의학적인 전문 분야를 다룬 것이라 고전 의학술어를 모르는 우리들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동의보감”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이유는 MBC드라마 “허준” 때문일 수도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허준의 삶을 그린 퓨전사극이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을 리메이크해서 2000년대에 드라마신드롬을 이루면서 6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그래서인지 허준의 명성 또한 “범국민적”이다. “동의보감”과 “허준”이라는 워딩은 한국인의 문화적 원형에 가깝다. 그러나 정작 동의보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란 장님 코끼리 다리만지는 형편이다. 그러던 차에 월간의학저널에서 “동의보감”의 양생술(養生術)이라는 비교적 쉽게 설명한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동의보감”은 만병통치의 비서(秘書)이며, 허준은 불치병을 고치는 전설적 명의라는 인식에 조금 의문을 가질 수뿐이 없었다. 물론 이 자료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잡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동의보감”은 유교, 불교, 도교의 ‘삼교회통(三敎會通)’에 기반 한 버전(vision) 탐구서이고, 저자 허준 역시 명의 이기이전에 정신 철학자라는 것이다.
허준이 ‘허준이 된 까닭은 “동의보감”이라는 저술을 남겼기 때문이란다. 조선시대 명의는 허준 말고도 아주 많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동의보감 같은 대작을 남긴 의사는 허준뿐이라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의학사, 아니 세계 의학사에 비추어 보아도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동의보감 치료학 설명에 딱 맞는 말이 될지는 잘 모르지만, 한마디로 집약하면 “순환” 유지가 치료라는 것이다. 순환이 안 되어 간극과 소외가 바로 질병이 원천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순환하지 못하면 몸과 마음, 몸과 삶, 몸과 자연, 몸과 사회가 어긋나 버리고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환경과 어긋나는 것을 막고 순환하기 위해서는 생사의 이치를 탐구하는 수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우주적 관점에서는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이다. 이 원리를 터득하지 않고서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 날 수 없다. 죽음의 공포가 지배하는 한 행복 또한 불가능하고 결국 양생술의 생리와 윤리, 그리고 영성(spirituality)하나로 순환이 안 되어 삶의 총체적 불통으로 병은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허지만 현대의학에서는 ‘조기검진’ 정기검진‘ 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그 다음엔 전문가인 의사와 상담하라고 한다. 상담 후에는 수술 아니면 투약하라는 오더를 받고 그런 코스를 밟다보면 검진과 상담만이 유일한 치료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하면서 사는 우리들이다.
몸과 마음, 몸과 자연, 몸과 삶, 몸과 사회가 어긋나서 병을 만든다는 양생이란 무엇인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명의 정기를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병 발생 원인을 무시하고, 현재의 통증만 도려내고 세균을 몰아내는 것을 위주로 하는 현대 위생 담론과는 그 차원이 아주 다르다.
동의보감의 양생술을 탐구하려면 먼저 생명과 존재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精),기(氣),신(神)’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근원은 기(氣)이고, 기의 생리적 변환이 ‘정(精)이다. ‘정(精)’은 물질적 원천, ‘기(氣)’는 그 원천을 흐르게 하는 에너지, 신(神)은 그 흐름에 방향을 부여하는 무형의 벡터(vector)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통즉불통(通則不痛)통하면 아프지 않다. 통즉불통(痛則不通)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동의보감을 압축한 사자성어라는 말이다.
통(순환)이란 단순히 건강이나 체력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기에 반듯이 삶의 지혜가 요구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생리적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판단과 행동도 뒤엉키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자신을 둘러 싼 모든 관계들이 파열음이 생겨난다는 것이고, 이것은 다시 몸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혜와 철학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질병의 원천은 ‘탐진치(貪瞋癡)란다. 탐욕은 ’정‘을 소모 시키고. 진심(분노)은 ’기‘의 흐름을 어그러뜨리고, 치심(어리석음)은 ’신“을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유행되는 워딩인 ‘멘붕’과 같은 맥락이다. 동의보감 치료학에는 젊은이들의 먼저 접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