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겨울비 현장근로자 생계위협

도내 상당수 사업장 임시휴업에 일자리 급감
인력사무소 앞 북새통···발길 돌리기 일쑤

2013-02-12     김동은 기자
“갑자기 추워진 데다 비까지 내리면서 일감이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최근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겨울비까지 내리면서 도내 상당수 건설현장이 임시 휴업에 돌입함에 따라 일자리 찾기에 나서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12일 오전 5시30분쯤 제주시 도남동의 한 인력사무소.

동이 트려면 아직도 이른 시각이지만 인력사무소 안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근로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근로자들은 인력사무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장부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부에 조금이라도 먼저 이름을 올리기 위해 인력사무소 문이 열리기 전인 새벽 4시에 왔다는 근로자도 있었다.

이처럼 일감을 고대하는 근로자들로 인력사무소 안은 북적거렸지만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최근 계속되는 한파와 비 등으로 상당수 공사현장이 휴업에 돌입해 일감을 잡는 근로자들이 손에 꼽힐 정도이기 때문이다.

오전 6시쯤 공사현장에 파견될 근로자들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 날 사무소를 찾은 근로자는 30명이 넘었지만, 일감을 잡은 근로자는 7명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실내 공사가 이뤄지는 현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감을 찾지 못한 이모(30)씨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설회사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우려해 휴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겨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동이 트기도 전인 6시30분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일감을 기다리던 근로자들은 허탈하게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하루 20명은 공사현장에 투입됐으나 최근에는 10명을 파견하기도 힘들다”며 “그나마 실내 공사가 이뤄지는 일부 공사현장에만 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인력사무소를 찾아오는 근로자 모두에게 일감을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찬 대륙고기압 영향으로 제주지방은 당분간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17일 오후부터 18일까지 비가 오겠으며 그 밖의 날은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가끔 구름많겠다.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4도, 최고기온 9~10도)보다 낮겠고, 강수량은 평년(2~4mm)보다 많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