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올 ‘신구간’ 이사 행렬 시작···이삿짐 업체 등 활기
2013-01-27 김동은 기자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부터 도내에서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역의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째(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2월 1일)까지 약 1주일간으로, 이 기간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예부터 제주에서는 지상의 신들이 자리를 비운 신구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큰 일을 하면 탈이 없다는 풍습 때문에 도민들은 신구간에 새 집으로 입주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났지만 분양률이 저조한 데다 최근에는 신구간을 고집하지 않고 이사를 하는 젊은 층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신구간 이사 행렬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신구간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이삿짐을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등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신구간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하고 있다.
27일 이사를 마친 박모(27)씨는 “이사간 집이 신구간에 비다 보니 일부러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했다”며 “신구간 이사가 줄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하는 가정이 이어지면서 가장 분주한 곳은 아무래도 이삿짐 업체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신구간이 시작된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접수된 이사 예약건수는 하루 평균 2~3건이다. 이는 하루 평균 3~4건씩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신구간에 이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삿짐 업체 직원 김모(30)씨는 “그래도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도민들이 있어서 평소 때보다 바쁜 것 같다”며 “신구간이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는 이사 예약이 잡혀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가구업계도 예년만은 못하지만 신구간에 그나마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가구점이 몰려있는 제주시 용담동 서문가구거리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42)씨는 “최근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장만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며 “신구간이 예년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매출이 평소보다 배 이상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를 비롯해 도배·장판업체 등도 신구간을 맞아 손길이 바빠지는 등 관련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