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육계에 불어오는 작은 변화...
<기획>제주체육 현장을 가다.
1. 직장운동경기부 도체육회 위탁·운영 1년
"체육회 관심 느껴, 잘 따라가려 한다”
女 기숙사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이~얏! 이~얍!, 퍽 타닥 퍽 퍽” 강추위에 온 섬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주. 체육관 안은 선수들의 온기로 가득했다. 수십 명 남·녀 선수들은 우렁찬 기합소리와 일사분란 한 움직임으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의 움직임 때문인지 한 겨울 한기는 느낄 수 없었다.
주춤했던 강추위가 다시 시작된 지난 18일. 제주도체육회관에 새 둥지를 튼 제주도청 직장운동경기부 태권도 훈련장을 찾았다.
제주 태권도 훈련은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매일(주5일) 5시간씩 오전과 오후 훈련으로 나눠 선수 기량을 높이는 훈련을 실시한다. 2~3일 훈련, 1일 휴식을 취하는 타 시도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소속 선수 9명 중 6명이 타 지역 선수들로 구성된 태권도부는 “왜 이렇게 훈련이 많냐”는 선수들의 불만이 계속된다.
윤희섭 감독은 “내가 데려 왔기 때문에 선수들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실업팀은 ‘프로’나 다름없다. 결과(성적)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 그것이 선수 생명 연장의 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윤 감독은 여자부를 고대휴 코치가 남자부 감독으로 각자 지도를 맡아왔지만 올해부터는 1팀 1감독 1코치 체제로 변환·운영되고 있다. 직지만 큰 변화다.
훈련장 옆에 숙소가 마련된 것은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아직 예산 문제 등으로 남자선수들만 이곳에서 생활하고 여자선수들은 이전 숙소(가정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자부 감독이었던 윤 감독 역시 이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윤 감독은 “(여자선수들이)밖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늘 걱정이다”며 “선수 관리 측면에서 기숙사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빠른 시일 내에 여자 선수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청 운동부 위탁운영 시행 1년이 흘렀다. 제주도는 지난해 1월부터 소속 운동부를 제주도체육회 등에 위탁·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체육회는 이에 따라 사업비 5억원을 투입, 현 제주도체육회관 3층을 선수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개조를 마친 상태. 숙소에는 선수 기숙사와 세탁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훈련 장소는 선수들이 생활하는 곳과 같은 층에 마련됐다.
제주도는 내년까지 사업비 45억원을 투입, 체육관 증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2층 규모로 진행되는 공사가 완료되면 역도장과 스쿼시, 체조(2층) 경기장이 마련된다. 또 체육회관 지하에 레슬링장과 태권도 전용 훈련장, 전용 식당(1층)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말 직장운동경기부 위탁 운영에 앞서 중복 행정과 선수 선발권 및 예산 편성·집행 문제 등에 따른 경기력 저하 등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19개(금6, 은3, 동10(2011년 13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이 같은 우려는 말끔히 씻어냈다.
제주도체육회 김정준 사무처장은 “이미 타 시도 절반 정도가 전문단체(체육회)에서 직장운동부를 운영·관리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행 1년이다. 내년 전국체전을 대배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체전 이후에도 체육행정 전문가인 도체육회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직장운동부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위탁·운영 문제에 대해 윤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도체육회가 열심히 하려는 것에 공감하고 있고 가능한 잘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운동경기부의 제주도체육회 위탁은 전국체전이 열리는 내년까지 3년간 시범 운영된다. 시행 1년. 그 결과를 평가하긴 이른 시점이지만 각자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그들의 작지만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