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女帝’ 장미란 전격 ‘은퇴’
10일 기자회견...‘장미란 재단’서 후진 양성할 듯
2013-01-08 박민호 기자
복수의 역도 관계자들은 7일 “장미란이 고심 끝에 바벨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고, 10일께 은퇴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미란은 오는 23일경 은퇴식을 할 예정이며, 내달 국내 대회에서 역도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할 계획이다. 또 은퇴 이후에는 학업과 ‘장미란 재단’ 일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2월 3년 고양시청과 계약을 맺은 장미란의 계약 종료 시점은 내달 15일이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역도에 입문한 장미란은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천부적 힘과 감각으로 국내 정상의 선수가 됐다. 2004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이후에는 여자역도 최중량급(+75kg)에서 무려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는 업적을 남겼다. 2005∼2009년 세계선수권을 4연패(2005·2006·2007·2009년),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5년간은 챔피언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한때는 여자역도 최중량급(+75kg) 인상(140kg·베이징올림픽)·용상(187kg·2009고양세계선수권)·합계(326kg·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모두 보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선수 생명이 짧은 여자역도 최중량급에서 장미란처럼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인물은 세계 역도 역사상 없었다.
그간 중국의 탕궁홍, 무솽솽, 저우루루 등 수많은 선수들이 왕좌를 노렸지만 장미란에 적수가 안됐다. 2009고양세계선수권 당시 국제역도연맹(IWF) 관계자는 “장미란 같은 선수는 아마 역도 역사상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미란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부상 투혼 끝에 4위를 차지한 뒤, 10월 전국체전에서 10년 연속 3관왕(인상·용상·합계)의 위업을 달성,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당초 체육계에선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선수 본인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은퇴 이후 장미란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미란 재단’ 일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비자카드와 함께 발족한 ‘장미란 재단’은 비인기 종목의 꿈나무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장미란과 그녀의 부친 장호철 씨(재단 상임이사)는 재단에 모두 2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학업 역시 은퇴 이후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장미란은 지난해 2월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석사과정을 마친 장미란은 현재 용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