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공사 또 ‘강행-저지’ 충돌

사업단 ‘선 공사 후 예산집행’ 고수 - 마을주민 강력 반발

2013-01-02     김동은 기자
2013년도 제주해군기지 예산 2009억원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대신 3가지 부대의견을 달고 70일 이내에 이행 사항을 점검,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하라는 국회의 권고사항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공사를 재개하면서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새해 첫날인 1일엔 공휴일인 관계로 공사를 중단했으나 지난 2일부터는 다시 공사를 재개했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방파제 축조용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과 육상의 블럭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는 앞선 1일 새벽 2013년도 제주해군기지 예산안 2009억원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 불식 ▲15만t급 크루즈 선박 입항 가능성 검증  ▲항만 관제권과 시설 유지 및 보수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 등 3가지 사항을 70일 이내에 조속히 이행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해군은 국회가 내건 부대의견과는 별도로 ‘선 공사 후 예산집행’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부대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인 데다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군이 2일 공사를 재개하면서 이 날 강정마을 주민들은 오전 6시부터 사이렌을 틀고 사업단 앞에서 강력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오는 2015년까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예산은 9805억원으로 지난해까지 2685억원이 집행됐으며, 현재까지 예산 대비 총 공정률은 27%, 항만공사 공정률은 30% 수준이다.

지난해 배정된 1133억원의 예산의 경우 98%가 집행돼 이월된 예산은 15억원 정도이다. 이 예산은 해군 관사 설계와 매입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때문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케이슨 제작과 블럭 공사 등은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올해 예산안이 삭감 없이 전액 반영된 만큼 예산 통과가 공사 진행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공사 중단 없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 부대의견은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부대의견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자 정청래·진선미·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안 핵심 쟁점이었던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공사를 중단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기자회견을 열어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하되, 부대의견을 조속히 이행해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는 것”이라며 “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국회에서 중지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