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磨斧爲針’ 말장난 아니길

2012-12-27     제주매일

제주도의회에는 ‘반비례 원칙’이 작용한다고 한다. 의원들이 반대목소리를 높여 철저히 따지는 모양새를 갖추는 안건일수록 뒤에서는 은근슬쩍 통과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즉 “의원들의 반대목소리가 높을수록 안건은 그 목소리 높이와 반비례해서 통과 된다”는 것이 ‘제주도의회 반비례원칙’이라는 얘기다.
 지난 7월 ‘2011회계년도 제주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승인 심사’ 때도 그랬다. 이 세입-세출 승인안(案)에는 말 많고 탈 많던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를 위해 도의회 사전 승인도 없이  부당 지출한 예비비 81억 원도 포함돼 있었다.
 도의원들은 초장부터 해당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까지 문제의 예비비 81억 원 부당 집행을 도마에 올려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결산 불승인 등 초강경론까지 나와 가히 난타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은 모양새일 뿐, 본회의 표결 결과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승인 통과 되었다. 재석의원 36명 중 반대는 겨우 3명뿐이었다. 81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비비의 부당 지출을 사후 승인해 준 꼴이었다. 역시 제주도의회의 ‘반비례 원칙’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러한 사후 승인으로 81억 예비비 부당지출은 검찰수사에서 ‘혐의 없음’의 단초가 되었다.
 도의회의 반비례 원칙은 2013년도 제주도 예산심의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초에는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예산을 전액 혹은 일부 삭감해야 한다고 큰소리 쳐 놓고도 뒤에 가서는 말과는 달리 반영해 준예가 적지 않다. 비단 예산문제만이 아니다. 다른 안건들도 겉으로는 부결시킬 듯이 큰 소리 치다가도 나중에는 슬그머니 통과 시키는 예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었음인지 26일 올해 마지막 회의 폐회 를 선언하면서 마부위침(磨斧爲針)을 2013, 새해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삼는다고 했다. “도끼를 갈아 침을 만들어 집행부의 잘못에 침질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데, 정말 그러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먼저 ‘반비례 원칙’부터 허물어야 한다. ‘마부위침(磨斧爲針), 결코 말장난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