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정의 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일컬어 흔히 ‘일의대수(一衣帶水)’에 비유한다. 일의대수란 , 한 의대(衣帶)같이 좁은 물이라는 뜻으로 양자강을 말한다. 양자강은 고래로 천연의 요해(要害)로 유명하며, 삼국시대에 오(吳)가 그 북안(北岸)인 남경(南京)에 도읍한 이래, 동진(東晋)·남송(南宋)·제(齊)·양(梁)·진(陳)도 각기 여기를 수도로 하여, 양자강을 의지해 북방의 나라들에게 대항해 왔었다.
▶수(隋)를 세운 문제(文帝)는 나중에 진(陳)을 칠 때 이 일의대수란 말을 쓴다. 즉, "진의 후주는 방탕무뢰하여, 백성들은 도탄의 괴로움을 맛보고 있다"면서 "나는 백성의 부모로서, 띠 하나 같은 물 때문에 그들을 구하지 않을 수 있으랴(我爲民父母, 豈可限一衣帶水, 不拯之乎)" 라고 일갈했다. 이것은 바로 선전포고의 말이었다. 그 장강을 '한 줄기의 띠 같은 물'이라 한 곳에 문제(文帝)의 웅대한 기개가 엿보인다. 이 일격을 못 견디어 진은 망하고 후주는 사로잡혔거니와, 지금도 좁은 물의 뜻으로 이 말을 많이 쓴다.
▶한국과 일본 사이는 정말 한 줄기의 띠 같은 물만 있을 만큼 가깝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항상 우리의 먼 이웃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이 올해를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해 친구와의 정을 과시(?)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서다. 이 행사는 1년 내내 문화예술·학술·스포츠 등 40여 건의 교류협력사업이 열리고, 민간이 주관하는 교류사업도 18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나가자 미래로, 다같이 세계로'다. 이것은 올 한 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한일관계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당장은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더욱 지속시키고 양국간에 미래지향적인 인식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행사의 하나로, 관광분야의 교류와 협력증진 차원에서 추진되는 '2005 한일 공동 방문의 해'는 우리 제주도로서는 일본인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방문의 해를 통해 양국의 외래관광객을 현재의 2배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 만큼, 제주도 역시 같은 목표로 밀고 나간다면 가능하리라 본다. 문제는 외래관광객을 유인할 매력적이고 다양한 서비스와 관광상품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요한 기회를 이벤트성으로만 끝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