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부당한 처사에 네티즌 '모래알 소송'승소

2004-05-07     정흥남 기자

자동차 보험사의 부당한 소송 남용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송비용을 모아 시작한 ‘모래알 소송’에서 보험사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부터 9년 전 서부산업도로(현 서부 관광도로)로 거슬러 올라 간다.

이모 씨(제주시)는 1996년 10월 서부산업도로 편도 1차선 도로를 따라 소형 다마스 밴을 몰고 가다 중앙선을 침범한 덤프트럭과 관광버스의 충돌사고를 보고 급제동 했으나 관광버스 뒤 범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트럭 운전사는 구속됐고 관광버스 승객 26명은 A보험사로부터 1억4000여만 원을 배상받았으며 이씨는 버스회사와 관광버스 뒤 범퍼 수리비 조로 80만원에 합의한 뒤 검찰에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고 이 사고를 잊고 지냈다.

그런데 5년 가까이 흐른 2001년 2월 이씨 집으로 A보험사가 보낸 구상금 청구서가 날아들었고 그 다음달(2002년 3월)에는 이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까지 제기됐다.

보험사는 “덤프트럭과 다마스 밴의 과실이 반반씩이니 피해자 배상금 1억4천여만 원 중 책임보험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제외한 9천300여만 원의 절반인 4천600여만 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1,2심을 합쳐 1년2개월간 진행된 소송에서 재판부는 이씨 차량의 추돌사고가 가벼워 그 충격을 버스 탑승자가 거의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이씨가 피해자들의 후송을 도와줬던 사실을 인정,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17평짜리 연립주택과 자동차는 물론 월급까지 가압류되는 바람에 직장에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재판후유증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이씨의 사연은 인터넷 교통사고 법률상담 사이트에 소개됐고 사이트 회원 100여명은 “패소를 하더라도 보험사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자”며 소송비용을 1만∼2만원씩 자진 모금, 2002년 9월 15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이른바 ‘모래알 소송(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장세영 판사는 6일 “월급 외 별다른 소득원 없이 5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이씨는 월평균 소득 200여만 원 중 절반을 A보험사에 가압류되는 바람에 상당한 경제적 압박과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 된다”며 “보험사는 가압류에 따른 위자료 200만 원 등 모두 24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