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간 학교에서도 상습폭력
경찰, 가해 중학생 이례적으로 구속
올 학교폭력 239명 적발···근절 요원
학교폭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을 당하고도 또 다시 전학간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한 중학생이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지역에서 학교폭력으로 중학생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해 학생 구속이라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지면서 관계기관이 내놓은 각종 학교폭력 예방대책들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5일 동급생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14)군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0월 중순 제주시내 모 중학교 정문 앞에서 같은 학년 학생들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등 9월부터 11월까지 모두 20여 차례에 걸쳐 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A군은 피해 학생들에게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훔쳐오게 시킨 것으로 확인됐으며, 더욱이 지도교사에게까지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피해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을 불러내 보복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군은 지난 7월 전 중학교에서도 동급생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아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당시 해당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군을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로 강제 전학 조치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3일 A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재범 우려와 피해자 보복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적발된 가해 학생은 314명으로, 이 중 2명이 구속됐다. 올해의 경우 11월까지 239명이 적발돼 이 중 3명이 구속됐다. 이처럼 올 초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도민사회가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이 멀어졌을 뿐 학교폭력은 계속 있어왔다.
실제 지난 5월에는 학교 후배를 집단 폭행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가해 학생들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B군은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정신적 충격을 받아 한 동안 등교를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3월에는 담뱃불로 손등에 화상을 입히고, 코에 화장지를 집어넣어 불을 붙이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친구를 괴롭혀 온 고교생 3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제주시내 모 중학교에서 수년간에 걸쳐 벌어졌던 피라미드식 금품상납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 도민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문제는 제주도와 교육청, 경찰청 등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올 초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교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구속된 가해 학생의 경우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했고, 교사들이 심층상담까지 했지만 폭력이 이어지고 말았다”며 “앞으로 Wee센터를 통한 치유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선 엄정처벌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