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박물관, 무리한 요구는 안 된다
일본 매각설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한경면 가마오름 ‘일제진지동굴(日帝陣地洞窟) 및 평화박물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308호인 이 진지동굴 및 평화박물관을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공동 매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정부-평화박물관 양측은 매각-매입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매매대금(賣買代金)을 놓고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진지동굴-평화방물관의 매입을 전제로 우선 감정기관에 의뢰해 감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자산가치가 61억5600만 원으로 평가 됐다.
하지만 이 평가액으로는 매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평가액 61억5600만원에서 박물관 조성당시 지원 받은 정부 등의 보조금 9억4000만 원을 환수 당하고 나면 57억 원의 부채마저 모두 갚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 측은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보조금 9억4000만 원의 환수 금액을 줄여주는 외에, 관장을 비롯한 부인-아들-3명의 직원 등 6명에 대해서는 고용을 승계해 달라는 요구다.
이에 대한 정부-제주도의 생각은 다르다. 공식 확인 된 평화박물관의 금융기관 부채는 21억 원뿐으로 나머지는 사채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이 주장하는 부채 규모도 당초 50억에서 55억, 57억 원 등으로 자꾸 증액 되고 있다고 말한다. 관장-부인-아들에 대한 고용승계문제도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의 견해는 “결국 사채를 포함한 부채는 나랏돈으로 해결하되 박물관 운영은 가족을 포함한 자신들이 하겠다는 속셈 아니냐”며 부정적이다. 이의(異意)를 달 만 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정부-박물관 양측이 매매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이 원칙을 깨지 않은 한 가마오름 일제진지동굴의 일본 매각이라는 나라의 수치(羞恥)는 면할 것이다. 서로 한 걸음 씩만 양보하면 성사시키지 못할 일도 아니다. 박물관 측의 가족 고용승계 요구는 말이 안 된다. 취소해야한다. 그리고 보조금 환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게 좋을 듯하다. 박물관 측에서 무리한 요구만 거둔다면 일은 쉽게 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