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고 협력사업비, 司正기관 개입을
수십억 집행 내용 도지사도 모른다지 않은가
1
2007년 이후 ‘도금고 협력사업비’가 94억 원이다. 10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그러나 이 거금(巨金)이 제주도 일반회계에 편입되기는커녕, 도리어 베일에 가려진 채 정확한 사용처나 용도별 액수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금고 협력사업비’는 도민들 사이에 회자(膾炙) 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우근민 제주도지사마저 도의회에서 “잘 모른다”고 답변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1백억 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인 이 협력사업비가 어디에, 얼마를, 어떤 경로를 통해, 적정하고도 적법하게 쓰여 졌는지 명쾌하게 밝혀져야 마땅하다.
2
도금고 협력사업비란 어떤 돈인가. 도금고로 지정된 금융기관들이 금고 운영에서 얻어진 수익금 중 일부를 사회 환원 명목으로 도에 출연 하는 일종의 대가성(代價性) 자금이다. 당연히 제주도 일반회계에 편입돼 의회심의를 받고 집행돼야 할 세입재원(歲入財源)이다.
그럼에도 이 거액의 협력사업비를 도 예산 영역 밖에 두고 몇몇 공무원과 도금고 은행 관계자만으로 자의적인 협의기구란 걸 만들어 집행해 왔다니 통제 불능 영역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말썽이 일자 지난 2010년 감사원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실시, 협력사업비를 도 예산에 편성, 집행하는 등 개선하라고 지적했으나 여태껏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 당국의 지적사항까지 묵살해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문제는 결국 도의회로 비화(飛火) 돼 엊그제 우근민 지사가 박주희 의원으로부터 날선 질의를 받았다.
박주희 의원은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 질문에서 “협력사업비를 지원해 준 기관-단체를 지시 했는지” “증빙서류가 없는데 협력사업비가 어떻게 쓰이고 집행기준은 누가 결정하는지” “협력사업비가 지원금으로 지급되는 데 보고를 받고 있는지” “감사기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업비를 왜 일반회계에 편입하지 않았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한 우근민 지사의 답변은 대부분 “잘 모른다”였다. 심지어 “2007년부터 협력사업비가 시작됐다고 하는 데, 그동안 이런 게 있었는지 몰랐고 이게 화제가 되니 세상 많이 맑아지고 투명해진 것 같다”고 까지 했다. 다만 감사기관의 일반회계 전입 지적과 관련해서는 “관련 금융기관이 동의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다른 공개석상도 아닌, 도민 대의기구(代議機構)인 도의회에서 “잘 모른다”고 답변한 것은 추호도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우근민 지사의 답변이 혹시라도 거짓말이라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것이다.
3
우지사의 답변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1백억 원 가까운 막대한 제주도 세입재원(歲入財源)이 도의회의 예산심의 권역에서 벗어난 데다. 도지사까지 그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면 그 거금이야말로 잠금장치가 풀린 채 방치된 금고 속 귀금속과 무엇이 다르랴.
감사기관이 지적한 일반회계 편입이 묵살 됐으니 의회 예산 심의를 통한 감독도 할 수가 없다. 거기에다 도지사마저 협력사업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모른다 했다. 감사기관의 감사도, 의회와 도지사의 통제도 벗어난 1백억 가까운 협력사업비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제 여기에 개입할 곳은 사정(司正)기관 밖에 없어 보인다. 도민의 세금을 운영한 이익금으로 얻어진 94억 원의 협력기금 행방을 추적할만한 기관이 따로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