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비자림

2012-11-27     제주매일

제주도 비자림(榧子林)에는 숲이 울창하다. 반도 삼천리에 한곳 밖에 없는 비자림 숲이 있다. 군락지는 1년 내내 푸르고 푸른 비자 나무가 무성하다.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 땅 등 어느 곳을 가도 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듯 비자림은 숲과 길이 어울림이다.

울울창창한 숲이 내면으로 이어 진다. 향기로운 흙길엔 정답고 쓸쓸하고 아름답고 가슴아픈 이야기 들을 잘 섞여 겹겹이 쌓여 있다. 11月이 허리를 넘자 한파 바람이 매섭다. 이제 한달을 넘기면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또 나를 보게 된다. 한해를 넘고 10년이 지나고 백년을 넘어 천년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다. 비자림은 일찌감치 이 땅에 잉태한 자양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숲을 엮었다. 따라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게 되면서 나무는 그 무한한 생명력으로 사람 사이를 이롭게 해주며 자라나고 있다. 어떤 나무는 열매를, 어떤 나무는 잎사귀를 또 어떤 나무는 줄기와 뿌리를 우리들에게 긴 생명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봄이면 달콤한 향기품은 풀잎도 사람들이 마음에 생명의 약동소리를 전해준다. 여름이면 따가운 햇살에 선선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나무도 비자나무다, 가을이면 비자나무에 숨어서 우리들을 반겨 주는 단풍도 수고 하고 지친 나무를 아픔을 치료 해주기도 한다.

치유의 숲이란 숲이 지닌 보건 의학적 치유기능을 통해 건강과 질병을 예방 한다. 전국 숲을 살펴 보면 산림욕장. 자연 휴양림. 산림 레포츠로 숲이 널리 알려저 있다. 하지만 비자나무는 천 여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온갖 풍상을 이겨낸 우리 나무다. 뿐만 아니다 또한 세계 최대 비자 나무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면적 역시 448.165㎡ (135,000평) 에 달한다.

자연의 세계는 계급이 있다. 그렇다. 비자나무역시 계급이 있다. 고려 명종 20년 (1189)태어났으니 지금은 800살이다. 비자나무 는 대장이고 1번 계급이다. 그 다음 나이를 따라 500년 이상 넘는 3천여 그루가 밀접하여 계급장 번호를 달고 있다.

비자나무를 감싸주는 동, 서 오름이 있다. 동쪽 아버지는 월랑봉(383m) 서쪽 어머니인 돗오름(287m)이 버티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부끄럽고 어둠이 밀려 오면 어둠이 부끄러운 비자나무를 포근이 안겨 주는 오름은 비자나무가 성장 하는데 한몫 하고 있다. 얼마전 바람에 떨어진 비자나무 열매를 열어보니 씨앗이 하나 밖에 없었다. 아직 여물지 못한 씨앗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열매를 손에 잡고 일어서니 아직 여물지도 못한체 입구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자식을 바라보는 열매의 눈가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자식을 순산 하지 못한 어미의 심장이 오죽 할까?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채 죽은 시체를 바라보는 어미는 어찌 멀쩡할까? 지금도 열매의 죽은 영혼을 모두 거두어 어미곁에 묻어 줄날 언제 올까? 지금도 열매의 자식 외에 수많은 나무들이 새 생명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인간의 깔아 놓은 시멘트 바닥에 내 뒹글어 지고 있다.

사람의 저지른 죄악의 이처럼 무겁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에 열매를 차고 다닌다. 그러나 살아남은 생명의 열매는 무럭 무럭 자라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향기를 내 뿜는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사람들도 향기롭다.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해서 향기는 덜하지 않는다, 풀만 보아도 흙만 보아도 붉은 송이(화산 활동시 쇄설물)를 보아도 비자나무 열매를 보고 바람만 보아도 좋다, 그냥 흐뭇해하는 사람들에게도 모든 것을 사랑하고 이뻐하고 나무와 야생화를 아끼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뿐만 아니다 비자나무가 좋아하는 인간도 있다. 해설사 선생님 들이다. 숲과 야생화 150종류도 그리고 각기 다른종류의 100여개 나무들 앞에서 거침없이 조근조근 해설한다. 그래서 해설사가 지나가면 나무가 흔들리고 풀잎이 꾸벅 고개 숙인다. 바로 인간과 서로의 소통이다. 천년의 숲 비자림,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비자의 숲과 야생화 잡초가 자연이주는 마지막 선물일 것이다.

제주시 산림조합 이사 송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