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고 협력사업비 베일 벗겨라

2012-11-21     제주매일

 제주도는 20일 도금고로 종전과 같이 1순위 농협은행, 2순위 제주은행을 지정했다. 이로써 2013년부터 3년간 농협은행은 제주도 일반회계 연(年) 1조5000억 원을, 그리고 제주은행은 연간 9000억 원의 특별회계 및 기금을 관리하게 됐다. 지난 2007년 이후 제주도금고는 농협-제주 두 은행으로 판박이가 된 셈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두 은행을 ‘도금고’로 지정해 준 대가(代價)로 지금까지의 관례처럼 향후 3년간 협력사업비란 명목으로 농협은행으로부터 36억 원, 제주은행으로부터 9억 원씩 모두 45억 원을 출연 받게 된다.
 다만 협력사업비와 관련, 종전과 달라진 게 있다. 지금까지와 달리 2013년부터는 2개 은행이 출연하는 45억 원의 협력사업비를 제주도 일반회계에 편입해서 집행할 계획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유랑아처럼 헤매던 사실상의 도재원(道財源)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농협-제주 두 은행의 협력사업비가 뒤 늦게 도의 일반회계로 편입된다 해서 ‘과거사(過去事)’가 말끔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도금고로 지정된 은행들이 출연한 협력사업비가 총 94억 원이나 된다.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다. 당연히 정식으로 도회계에 편입돼야할 거액의 재원(財源)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이의 예산편성을 기피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거액이 어떻게 집행되고 어디에 쓰여 졌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도지사를 비롯한 몇몇 고위층과, 관련 은행 인사들뿐이다. 도 고위층과 은행 관계자들이 협의해서 집행하기 때문에 도의회마저 견제가 어렵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원철-박주희 의원이 협력사업비에 대해 추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94억 원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증빙자료가 하나도 없다”며 “이 때문에 도금고 협력사업비가 도지사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도 재원으로 유용히 써야할 도금고 지정 은행의 협력사업비 94억 원이 6년 간 어떻게 쓰였는지 베일에 가린 채 몇몇 관계자 이외에는 제대로 아는 자가 없으니 놀라운 일이다. 제주도는 94억 원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 만약 도가 밝히기를 회피한다면 감사위원회가 대신 밝혀야 한다. 미련한 도민 취급은 받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