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학
요즘 대선후보 세 사람이 모두 경제민주화공약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학에는 없는 이론이다. 모든 후보의 각론적인 설명은 코키리다리 만지기 버전(version)으로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허지만 기본은 성장과 분배가 상호 보완적인 선순환콘텐츠가 필수다. 결과(분배)만 형평적인 것은 한쪽으로 배가 기우려져서 항해가 불가능 할 수도 있다. 삶에는 보수와 진보가 모두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어떤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앉는가에 따라 정치권력 구조가 결정됐고, 경제정책의 판도가 달라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중심으로 우리 경제를 진단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평가 교수가 쓴 대통령경제학이라는 저서(권역승 역,A. Willis Robertson Professor of Economics Emeritus of the University of Virginia)가 최근 한국에서 시판하고 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 고정 칼럼니스트다. 이 책의 서문에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서 라고 쓰여 지고 있다. 저자의 견해를 요약하면 1930년대 케네디 존슨 시대를 정점으로 하여 그 후 서서히 “진보주의”에서 '보수주의' 경제사상으로 선회하였고,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분명해졌다는 말이다.
물론 이 책은 간단한 경제정책의 해설서라기보다. 여기에는 그 동안 미국 경제이론의 발전, 비판, 그리고 현실적인 미국 경제의 움직임과 대통령, 대통령 후보 또는 의회의 정치적 움직임이 상호 연계되어 현실적인 경제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 대통령의 경제사상과 비전에 따라서 21세기에도 나라마다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움직임이 미래 세계경제의 전망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경제학은 깊이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미국경제는 왜 보수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나? 어떤 경제학이 좋은 경제학이고 누구의 경제학이 나쁜 경제학인가? 경제정책 결정의 현장에서 대통령들은 무엇을 고뇌하고 결단했을까? 루스벨트부터 케네디, 존슨, 닉슨, 레이건 그리고 클린턴까지 미국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분석, 그 성공과 실패를 생생하고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이 책 <Presidential Economics, 허버트스타인 저, 권혁승 옮김> 은 미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하나하나 짚어보고 미래의 경제정책이 지향해야 할 몇 가지 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경제의 시대적 당면과제와 정책의 배경 및 그 성과를 설명하고,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경제가 안고 있던 가장 큰 문제인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에서 면밀하게 다루고 있다 이번 대선후보자의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의 경제학이라는 저서가 발행되었다.(장주석저 민음사) 이 책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오직 경제 리더십으로만 지난 대통령들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치적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본주의의 기틀을 다지고 휴전 후 경제재건과 부흥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장면 총리는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워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비전과 집념으로 한국판 산업혁명을 이뤄 낸 진정으로 부국을 창조한 지도자이며,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구출하여 보릿고개를 극복한 대통령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무모할 정도로 안정화 정책을 밀어붙여 고질적 인플레이션을 잡았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감당하며 경제의 지평선을 넓혔고,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라는 업적을 남겼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고 말았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위기를 잘 수습했지만 이에 집중하다 한국경제 구조개혁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형평의 기치를 들어 공감도 얻었으나 서툰 집행으로 엉뚱한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파동의 후유증을 잘 수습하고도 소통부족으로 실적만큼의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결말이야 어쨌든 역대 대통령들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 냈고,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경제에 기여해 왔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 책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선 막바지 지금으로서는 누가 무슨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던 한 방에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후보든 계속되는 장기적 경기침체와 고용문제, 양극화에 대하여 바른 말을 하면 인기와 지지도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든 경제든 능력을 보고 뽑기보다는 확고한 리더십과 신뢰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를 선택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