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의 비(非) 정직성
1972년6월17일 미국 워신턴 D.C.에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전국구위원회 본부에 5명의 남자가 침입했다가 체포됐다. 이 남자들은 닉슨의 재선을 위한 공화당재선위원회 소속임이 밝혀졌다. 이듬해까지 다소 시끌벅적했던 이 사건은 닉슨의 관련성이 희박한대로 흘러가나 싶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집요한 추적 보도 끝에 닉슨 대통령이 관련 돼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닉슨은 1974년8월 하원에서 탄핵을 받아 사임했다.
▶1987년 1월15일 한 운동권 대학생이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치안본부장은 “탁자를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다. 내무장관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때리느냐”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후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기도가 드러나 경찰관들이 구속되고 ‘6월항쟁’으로 이어졌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 닉슨이 하야까지 한 것은 5명의 남자가 민주당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도적적이어야 할 미국 대통령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비도덕성 때문이었다. 박종철군 사건 또한 전국민의 분노를 사 ‘6월항쟁’으로 한국의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것은, 고문치사라는 경찰의 만행도 만행이었지만 “탁치니 ‘억’하고…”했던 독재정권의 은폐 때문이었다. 한 심리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어떤 대형 사건이 터졌을 경우 사람들은 그 사건보다는 그 사건의 전후 전개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이 때 사건의 음모와 은폐가 드러날 경우 사람들의 관심은 분노로 바뀌고 이것이 군중심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제주해경이 신참 해경을 구타했다가 탈영하자 스스로 탈영한 것처럼 은폐를 시도했다가 발각됐다. 제주해경은 이 사건으로 ‘바보스러움’과 ‘비정직함’ 두 가지를 드러냈다. 탈영에 대한 책임만 져도 될 사건을 은폐한 죄까지 범한 것이 바보스러움이다. 이를 기어코 은폐하려 했던 것은 제주해경의 비정직성의 드러냄이다. 몇몇의 사건은폐 시도로 다수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해경의 이미지가 완전 추락했다. 서장을 바꿨다고 이 은폐사건이 해결된 것이 아니다. 사건의 결말정리에서도 해경의 ‘어떤 수준’들을 보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