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럼브라더스

2005-02-01     강병철 논설위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더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 더 멋있는 외모와 냉철한 지성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중은 약삭빠르고 빈틈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수룩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다소 모자란 듯이 보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따뜻한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줄거리의 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다.

 제주도의 젊은 예술가들 중에 뚜럼브라더스가 있다. 뚜럼을 굳이 표준어로 바꾼다면 바보정도쯤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뚜럼이라는 말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특이하게 정겨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뚜럼부러더스의 큰 뚜럼 박손욱씨와 뚜럼 박순동씨는 뚜럼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듯이 보인다. 수려한 외모에 지성이 넘치는 재치 있는 대화를 할 줄 아는 신사들이다. 부드러운 미소로 만나는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2000년 제주대표로 대학가요제에서 노래했던 뚜럼이 만드는 노래는 일상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는 이들을 아름다운 제주의 젊은이들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하지만 기품 있게 자신들이 가진 재능으로 대중을 위로하는 활동은 감동을 자아낸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 찾아가는 마을공연, 보육원공연 등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기꺼이 찾아가서 음악으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콘서트에서 그들의 음악에 취하면 저 마음 속 깊은 심연에서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그들의 노래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사는 게 뭣산디’의 구성진 가락과 4·3의 슬픔과 비참함을 느끼게 하는 ‘할머니의 4·3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흥겨움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현실의 아픔을 똑바로 보고 당당히 맞서 이겨내라고 노래한다. 혼자가 아니고 손잡고 걸어가는 함께 하는 세상이라고 노래한다. 뚜럼브라더스의 노래를 듣노라면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들이 모두 음악에 전념하는 것은 아니다. 생업을 갖고 생활하면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문학은 인생을 걸만하지만 매우 고독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캄캄한 길을 걸어갈 수 있는지 열 번쯤 자문해보고 열정을 바치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음악과 무용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제주도 사투리로 아름다운 운율을 선사하는 뚜럼브라더스에게 제주도민의 사랑이 더욱 더 깊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사랑이 더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제주에서 탄생하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05년 1월 21일, 22일 간드락 소극장에서 뚜럼브라더스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에서 드럼을 연주한 한훈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문화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한훈씨의 아내가 예술가인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할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