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가정이 늘고 있다
요즘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기자기 하게 살고 있어야 할 신혼부부들도 성생활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삶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생활이 각박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많이 하는 요즘, 각자의 업무로 인한 피로와 가사일 분담에 대한 충돌로 인해 성생활이 신혼같이 않다는 중년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40대 후반 후배 부부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부인의 하는 말이 아이 공부에 신경 쓰고, 직장업무에 신경 쓰고, 가정일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생활을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말을 들었다. 남편역시 직장에서 잦은 특근에, 직장상사에 대한 스트레스에, 퇴근길에 잦은 소주와 삼겹살로 심정을 달래는데 무슨 정력이 남느냐는 말이다.
이 후배같이 섹스리스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 현대 가정의 현주소다. 지난 5월한 성의학연구소가 우리나라 성인남녀 1246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성생활 및 성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8.8%가 ‘성생활이 인간관계에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628명 중 580명이, 여성 618명 중 526명이 이같이 응답했다. 통계수치만 놓고 보면 성생활이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817명을 대상으로 성생활(섹스빈도)를 조사 한 결과 기혼 여성 527명 중 204명(38.7%)이 한 달 동안 성생활을 안 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기혼 남성의 경우 290명 중 73명(25.2%)이 월1회 이하로 응답했다. 1년에 10회 미만, 혹은 한 달에 한번 미만 성관계를 갖는 경우를 흔히 섹스리스(sexless)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통계분석에 따르면 한국 성인부부의 섹스리스비율은 35%가 훨씬 넘는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경우 혼외정사가 있기 때문에 여성의 섹스리스 비율이 보다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이혼을 결심한 부부 대부분이 성격차이’라고 말하지만 그 뿌리에는 성적(性的)불만이 원인이라고 한다. 특이 최근 들어 맞벌이와 육아 때문에 시간부족과 피로 등을 호소하며 성관계를 포기하는 ‘DINS(Double Income No Sex) 족’이 늘고 있는 것도 섹스리스 부부 증가에 한 몫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생활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여자들은 자신과 자식의 생존을 위해서 성을 매개로 남자들을 붙잡았다. 바로 한 울타리 안에서 공동생활의 기초인, 가족의 탄생은 안정적인 여성의 성 서비스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식량과 안전의 대부분을 남자에게 의존해야 했던 여자들은 아마도 최상의 성적 서비스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처럼 남편이 요구할 때마다 아내의 성이 제공되어져 남성의 성적욕구와 갈증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는 남편의 잠자리 기술이 아내에게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부부간의 성적 갈등이 생기고 남편들의 성적불만의식은 마음속으로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내는 부부간에 성적 유희를 공유하고 싶어 하지만 성적 유희가 남성의 전유물로 원시시대부터 각인되어진 남편에게는 여성에게 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반면,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성적 권리를 찾고 있다. 고대사회 이후부터 남편들은 더 이상 성을 제공받기만 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더욱이 현재는 가족 간의 평등한 세상이다. 성적 주도권이나 향유도 더 이상 남편만의 것이 아니다. 이제는 성의 구분도 희석됐고 아내도 더 이상 성을 제공만 하는 편에 서있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성을 즐기고 건강과 가정도 지켜야 한다.
성과 건강은 ‘바늘과 실’이다. 건강해야 성생활을 즐길 수 있고 성생활을 즐기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후배 동네 비뇨기과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섹스의 운동 효과는 마치 조깅하는 것처럼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를 증가 시킨다고 한다. 호흡과 맥박이 빨라져 심장, 폐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 번에 150 ~ 350kal를 소비해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좋은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건강효과도 다양하다. 우선 노년에 걸리기 쉬운 심장질환을 예방한다고 한다. 활발한 성생활은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해로운 콜레스테롤(LDL)의 비율을 조절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것이다. 오르가슴과 사정직전에는 DHEA 농도가 보통 때보다 다섯 배나 올라가서 최고의 운동효과를 낸다는 말이다. 또 전립선을 보호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 시킨다는 것이다. 또 친밀도를 높여주는 옥시토닌의 농도가 늘어 부부관계를 더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 팀의 성생활과 사망관계조사 결과다. 45세 ~ 59세 남성 918명을 대상으로 성빈도와 사망관계를 추적 조사한 결과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 보다 심장질환 발생률 등으로 사망비율이 50% 차이가 있다는 리포트를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발표되었다. 건강과 장수를 원한다면 지속적인 부부관계는 필수과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