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관광, 제주
국내외 관광시장이 미약하기만했던 1970년대, 제주도와 경주는 우수한 관광자원으로 이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주도 관광은 주요시장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오랜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유네스코 자연부문 3관 달성, 걷기열풍을 불러온 올레의 등장, 외국인 무비자 입국 등으로 올해에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이러다보니 신공항 건설 등 접근 교통편과 숙박, 쇼핑 편의 증진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크루즈가 적절한 대안
이런 목소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크루즈관광이라고 생각한다. 1983년 3,300톤급의 일본「히카리마루」호가 141명의 승객을 싣고 최초로 입항한 이래 금년 6월 3,500명이 승선가능한 14만톤급의 「보이저」호가 제주 바다에 출현함으로써 이제 본격적인 크루즈 관광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내년에는 금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160여회에 35만여명이 크루즈를 이용하여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보여 직항 항공편에 버금갈 정도의 수송 효과가 예상된다.
바닷길 대비도 서둘러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루즈 관광을 수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열악하기 그지없다. 10여년의 공사 끝에 지난해 11월 완공한 제주외항의 경우 접안시설만 있을뿐 여객터미널과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제주관광의 1번지라 할 서귀포 지역에는 크루즈선이 접안할 만한 항만시설마저 없다. 내년이면 크루즈 입항 신청의 많은 부분을 반려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제주외항의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제주도를 오가는 하늘길만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바닷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만‘관광 섬 제주’의 꿈이 보다빨리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民·軍복합미항이 있다
마침 안보상 필요성과 지역경제의 발전을 꾀한다는 큰 틀 아래 2015년 완공을 목표로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民·軍 복합미항’이 건설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제주외항의 수용한계와 편의시설 부족을 극복할 해답이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동북아 지역의 크루즈 거점으로, 더 나아가 세계의 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장 김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