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려증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건강은 쉽게 찾거나 지켜지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다.
그런 탓일까, 뭐가 건강에 좋다고 하면 잠자던 사람도 금방 깨어날 정도다.
요즘은 정보화시대란 말을 않더라도 각종 정보가 넘쳐난다.
오늘 아침 TV에서 두유가 건강에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 아내가 말했다.
틀림없이 두유 회사에서는 이번 달의 매출 걱정은 안 해도 될 터이다. 건강에 좋다고 하면 입맛에 맞지 않는 무엇이라도 먹을 판인데, 두유는 쓰지도 않고 달콤하니 좋지 않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은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할 터이니 과도하지 않은 건강 걱정은 오히려 정상이다. 아무 것도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듯이 건강 염려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건강염려증이란 말이 생겨났듯이 가끔은 쓸데없는 걱정에 매여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상태다. 대체로 꼼꼼하고 고집이 센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나타난다.
주로 신체에 대한 염려를 호소하는 증상이다. 복부가 팽창되어 있다거나 몸이 부었다는 둥 불쾌한 신체감각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실제 신체적인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들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신체 징후나 증상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근거로 자신에게 심각한 질병이 있다는 두려움이나 그러한 생각에 집착하는 증상이다.
무관심도 탈이겠지만 차라리 지나침보다는 낫다.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내가 달걀 반찬을 집었을 때다. 계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이 엄청 많고 어쩌고 하면서 먹어선 안 될 것을 먹는 것처럼 딱하게 생각했다. 계란에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정도의 상식이 없는 사람도 있는가. 우리 몸에 콜레스테롤이 있다고 해서 아무 문제도 없다. 단지 지나칠 때만 문제다.
나는 ‘먹다 죽은 귀신은 빛깔도 좋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다. 먹는 음식에 대해서 지나친 경계를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과 갈비 집에 소주를 한 잔 하러 갔다. 갈비를 굽다 보면 끝이 약간 탈 수 있다. 정성으로 탄 부분을 일일이 잘라내는데 소주 맛이 다 도망갈 지경이었다. 나도 탄 음식은 암의 유발원인이 될 수 있고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알아서 먹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술맛도 나고 대화도 됐을 터이다.
상추는 농약을 많이 쳐야 상품이 되고, 돼지고기는 비육과정에서 항생제를 많이 투여했고 따위로 따지자면 먹을 게 하나도 없다.
모 수필잡지에 연재되고 있는 의학박사이자 외과전문의인 수필가가 쓴 수필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지난 호에는 82세의 건강염려증인 할아버지를 진료하면서의 일화를 썼다.
매일 대변을 봐야 하는데 이틀에 한 번밖에 못 보니 이상이 있는 거라고 단정하고 보름마다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의사가 그 나이에 그 정도의 배변은 아주 정상이라고 누누이 설명하지만 믿지를 않는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갈 때는 메모지에 지난주의 똥을 눈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방귀를 뀐 시간, 똥의 색깔이나 모양새까지 일일이 적어 두었다가 시시콜콜 주워섬기는 할아버지를 보면 의사가 숨이 다 찰 지경이라는 얘기였다.
튀어나온 개구리 배를 사장감이라고 부러워했던 시절엔 오히려 배를 내밀지 못해 안달했었다. 이제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고 빨리 죽는다고 하니까, 역으로 안 먹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건강은 염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각종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지만 너무 걱정을 할 것 없이 먹는 즐거움도 누리며 살 일이 아닌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운동 역시 싫은 사람이 더 많을 터이다. 건강에 관련되지 않는다면 애써 시간을 마련해 가며 운동할 사람이 있을까.
우유를 받아먹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것을 기억할 일이다.
오태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