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아이들과 책 한권 어떠세요..
‘책들의 가을 소풍’ 그 여섯 번째 이야기
요즘 세살배기 아들이 스마트폰 놀이에 쏙 빠졌다. 혼자서 애니팡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잘 갖고 논다. 결국 난 이 녀석에게 90만원짜리 장난감을 사줘버린 꼴이 됐다. 가끔 책을 볼 때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녀석을 볼 때는 쓴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책장에 놓인 책들을 뒤로한 채 아이는 어느새 스마트폰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사람들을 집밖으로 유혹한다. 어느새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케 한다. 시린 가을 햇살에 기대어 책 한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도교육청이 책 축제를 마련했다. 오는 20일과 21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책들의 가을 소풍’ 그 여섯 번째 나들이가 시작된다.
행사는 강연마당, 특별 전시마당, 체험마당, 동화구연마당, 책 교환 마당, 닫는 마당 등으로 구성, 관람객들을 맞는다. 올해 축제는 동내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독서관련단체, 연구회, 학교 등 33개 단체가 참여한다.
스마트시대 아이들은 오히려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책과 축제를 연결, 학생․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책읽기에 접근을 유도하고 정서적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제주대 ‘오랜지스쿨’이 빚어내는 금빛 선율이 참가자들의 마음을 열어주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진행되는 한림초 강민철 어린이의 시낭송. 그렇게 축제는 금관울림과 시의 울림, 마음의 울림, 소리의 울림, 동심의 울림 등 다양한 울림으로 시민들 가슴을 적신다.
청소년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된다. ‘10대를 위한 인문학 교실’에는 서울대 철학과 이석재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철학 소풍’,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의 ‘10대 인문학을 꿈꿔라’ , 영화 ‘왕의 남자’와 ‘황산벌’ 이준익 감독,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들과의 편안한 대화는 청소년들을 즐거운 가을 소풍으로 안내한다.
‘귀로 듣는 독서’에선, 스마트한 시대에 맞춰 스마트한 독서로 인쇄자료 형태의 도서를 라디오 극장 또는 듣기자료 형태로 제작, 시․공간을 초월한 독서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를 오디오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와 USB나 외장하드를 갖고 행장을 방문하면 100권의 오디오북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특별기획 전시도 열린다.
‘출판동네-북과 놀다(출판사가 추천하는 책)’,‘풍자동네-북과 놀다’,‘이야기동네-북과 놀다(이야기꾼의 마당)’가 ‘동네북’ 코너를 마련했다. ‘동네북’에선 출판사들이 직접 선정한 추천 도서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문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행사장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실제 ‘동네북’을 마련, 마음껏 북을 치며 놀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나의 꿈을 다큐 북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으며 시가 있는 셔츠를 즉석에서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 가을의 시를 엽서에 쓰고 보내보기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책과도 만나보고 점자 명함 만들기를 통해 점자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책과 가까이 책 속 세상을 나만의 퍼즐로 만들어보고 그림자극(오늘이), 인형극(무지개 물고기) 속에서 한바탕 웃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친근함을 키울 수 있다.
‘헌 책 줄래? 새 책 줄게!’ 코너에서는 ‘헌 책(3권)’을 ‘새 책(1권)’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이와 함께 1년간의 독서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독서수첩도 받은 수 있다.
"책 축제 이제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2006년 한라수목원에서 시작된 ‘책들의 가을 소풍’은 2010년 신산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목원에서 산책 등을 하는 사람들이 민원이 장소를 바꾸게 만든 것.
제주도 교육청 정경애 장학사(사진)는 “일부 시민들이 책 축제와 또 다른 축제(먹고 마시는)와 같은 축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산책 나온 시민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섯 번째. 축제는 이제 시민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신산공원 개최 이후 많은 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게 정 장학사의 설명이다.
정 장학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다. 공원 구석에 않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중․고생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문학 교실도 준비했는데 이것 역시 학생들이 좋아한다. 작가와의 대화도 그런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말했다.
장소 섭외 예산, 사람 등 좋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정 장학사는 “쉬운 일만 있는게 아니다. 어렵지만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어느 덧 여섯 번째를 맞은 책 축제는 이제 우리 생활 속 깊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 장학사는 “가족이 함께 와서 축제를 즐기고 집에 가서는 아이들과 읽었던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