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도박’ 400만원 잃은 앙심에 살인극

제주시내 한 당구장서···경찰, 사건발생 2시간 만에 40대 붙잡아

2012-10-03     김동은 기자

제주 도심의 한 당구장에서 도박으로 자신의 돈을 딴 지인을 살해한 40대가 사건발생 2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3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47)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45분께 제주시 건입동 소재 당구장에 찾아가 B씨(42)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다.

A씨는 범행 직후 동거녀의 집에서 피 묻는 옷을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와 경찰의 순찰 현장을 태연히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의 태연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께 사건현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골목길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고, 이 과정에서 신발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일에는 도박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과거에 당구장에서 B씨 등과 속칭 ‘훌라’ 도박을 했다가 400만원 상당의 돈을 잃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돈을 잃자 술김에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지만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당구장에 있었던 것으로 범행 후 달아난 뒤 탑동 방파제에 버렸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도박을 하면서 B씨와 다툰 적이 있었다는 주변인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박판이 열린 당구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도박과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A씨 검거에는 경찰의 발 빠른 대처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신고를 받은 동부서는 접수 즉시 관내 수사긴급배치를 통해 도주로를 차단하는 한편, A씨의 직업이 선원인 점을 감안, 해경에 협조를 요청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동부서는 지난달에도 부녀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20대 피의자에 대해서도 신속한 초동조치를 통해 사건발생 2시간여 만에 검거한 바 있다.

김보현 제주동부경찰서 강력3팀장은 “신속한 초동조치 과정들이 잘 이뤄져 조기 검거가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심야 취약시간대 주요 지역에 대한 순찰 강화와 신속한 조치를 통해 사건 조기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