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 부수 (夫唱婦隨)
며칠전 성묘차 산소에 갔다. 벌초를 끝내고 산언덕을 내려오는데 쇠똥벌레 한쌍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것을 보았다. 쇠똥벌레란 소(牛) 똥(?)을 먹고 사는 벌레이다.
그 작업이란 쇠똥을 똘똘 뭉쳐 가지고 낮은 데에서 높은데로 운반하고 있었다. 한놈은 앞에서 당기고 또 한놈은 뒤에서 밀고 하는데 힘이 모자라 중도에서 데굴데굴 굴러서 밑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쇠똥벌레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쇠똥이 떨어진 곳으로 내려가 또다시 운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신기함과 호기심이 생겨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내가 잔소리해도 주저 앉아 바라보았다. 한 두 번이 실패가 아니다.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도 그러나 지칠줄모른다. 쇠똥벌레는 집념이 대단한 놈이다. 수십번 되풀이 끝에 기어코 높은데 까지 끌어 올려가자 자기들의 집안 구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알다시피 월동용의 양식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 이었으리라. 나는 불현듯 쇠똥벌레의 작업에서 위대한 인생의 교훈을 느꼈다.
지난 제 14회 런던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는 금, 은.동 합쳐 2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들은 장애자로서 도전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겨낸 뒷면에는 가족과 국민이 있었다. 또한 그들은 실패를 수없이 되풀이 하여도 굴하지 않은 의지와 집념은 결국 끝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뒤돌아 보면 하찮은 쇠똥벌레가 정상에 올라가기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본다.
우리들의 주변을 돌아보면 잘나가던 사업이 어느 순간 실패하고 주저 앉거나 또는 자살까지 기도하려는 사람들이 쇠똥벌레를 보았다면 다시 일어나 새 출발을 했을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쇠똥벌레의 작업에서 부창부수(夫唱婦隨)를 보았다. 필시 쇠똥을 앞에서 당기는 놈은 숫놈이고 뒤에서 미는 놈은 암놈이었을 것이다. 그 수 없는 실패에서 우리 인간이라면 서로 짜증을 냈을 것이고 부부간에 말다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쇠똥벌레의 부부간에는 그런 짜증이 없다. 말다툼을 볼수가 없었다. 그랬더라면 그 어려운 쇠똥을 운반하는 작업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고 또한 실패를 했을 것이며 그리고 포기를 했을것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뒷골목에서 손 수례에 짐을 잔뜩 싣고 남편은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고 가는 광경을 자주 본다.
나는 그러한 광경을 볼때마다 부창부수는 저러한 것이로구나.... 하고 마음속에서 느낀다. 오늘날 부창부수 라 하면 봉건적이거나 또는 유교적인 낡은 부부간의 윤리를 생각하고 화를 내는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쇠똥벌레 같은 부부의 공동 작업이 없고 부부생활을 원만을 기할수 없다. 또 가정이 넉넉함도 이룰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한결같이 힘쓰는 이 천하(天下)에는 어려운 일이 없다.
옛 사람의 격언을 쇠똥벌레의 작업에서 보았다. 다시 말해 만일에 그 쇠똥벌레가 많은 실패를 되풀이 하면서 까지 쇠똥을 가파른 언덕으로 끌어올려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가지 못했더라면 겨울을 나지 못하고 굶어 죽었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인간으로써 노력 없이 성공이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일생에 성공을 보지 못하고 헛되이 죽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청사에 이름을 남긴 이는 몇사람이 되는가.... 나는 어리석은 교훈 같지만 쇠똥벌레의 작업에서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의지와 집념을 보았다. 그리고 부창부수라는 부부의 공동 작업을 보았다. 또한 노력 끝에 성공하는 사례를 보았다.
청명한 날씨에 성묘 차 산소에 갔다가 산언덕을 내려오는데 쇠똥벌레 한쌍이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제주 산림조합이사 송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