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2012-09-19     제주매일

 하늘은 늘 푸르다. 소통이 잘 되면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겠으나, 소통이 안 되면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비 오는 날도 있고 구름 낀 날도 있는데, 하늘은 늘 푸르다고 할 수 있느냐 이견을 낼 수 있지만 누가 그걸 모르랴.

 서로의 의사가 잘 이해되고 흐리터분한 점이나 오해 등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은 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일상에서 더 많은 것 같다. 왜일까? 개인적으로는 선입견, 편견이나 아집, 독선 같은 감정이 생각의 흐름을 가로막고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서이다. 개성이 다르고 배운 지식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니 애초에 소통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소통이 원만하게 되지 않을 때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배우자끼리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배우자는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남남보다도 못하게 대화가 없이 지내는 경우가 있다. 배우자가 식당에서 딴 사람과 밥을 먹은 것 하나만 놓고 오해를 해서 살인을 했다는 등의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본다. 전형적인 불소통의 예다.

 대인관계에선 대화할 시간도 여건도 안 되는 상태가 오해의 벽을 세운다.

 대화가 없는 핵가족의 증가와 가족해체의 사회 현상도 소통의 장애요소다.

 결혼을 않고 혼자 사는 남녀 400만 명과 독거노인 120만 명도 무시할 수 없다.

 소통은 둘 이상의 관계에선 우선 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대화 없이 남의 속마음을 읽으며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맺힌 것도 대화로 풀면 의외로 쉬운 경우가 많다.
 대화 없이 혼자만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반갑지 못한 현상이다.

 대화에서도 소통이 되려면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말을 잘 한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잘 들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상대는 말 한 마디 할 여유가 없게 자기 말만 직사포로 쏘아대니 대화는커녕 귀를 막고 싶은 것이 말 잘 한다는 사람과의 대화다.

 말은 잘못 듣기가 일쑤이고,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니 문제다.

 어느 모임에서였다. 그날따라 회원들은 도수가 높은 하얀색 병의 한라산소주만 원했다. 한 사람이 서빙 하는 아줌마에게 “이건 돌려불쿠다.”(돌리겠습니다, 반납)하고 도수가 좀 약한 녹색 병을 손에 들어 보였다.

 어이없는 웃음은 다음에 이어졌다.

 웬걸 서빙 하는 아줌마는 우리의 눈앞에서 녹색 소주병의 뚜껑을 그대로 돌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줌마 입장에선 반납하겠다고 하는 것을 엉뚱하게 병뚜껑을 돌리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잘 알아듣지 못하고 적의 판단했을 수도 있다. 요즘 소주병 뚜껑은 옛날과 달리 쉽게 딸 수 있기 때문에 서빙이 필요 없다.

 유머 한 마당쯤으로 받아들였지만, 소통은 이처럼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소통의 부재는 일상생활에서 어디서든 튀어 나온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 달에 한 번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제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번 방문 때의 일이다.

 치료의 진도를 확인하려고 주치의가 물었다.

 “택시 좀 몰아봤어요?”

 “네?”

 여러 달이 지나고 있으니까 운전을 할 수 있을 만큼 다친 왼팔의 경직이 풀렸느냐는 뜻이었다.

 교통사고의 한쪽 당사자인 나를 택시 운전기사로 착각하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소통이 안 될 수도 있음을 체험해서다. 내가 직접 주치의에게 말할 기회는 없었지만, 아내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을 터인데 택시라는 선입견으로 직업기사로 알고 있었을 법하다.

 중요한 오류는 아니지만, 주치의가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좀 섭섭했다. 유달리 정이 많고 친절하게 대해 줬기에 더욱 그렇다.

 TV에서 소통의 결과를 보는 오락 프로그램이 있었다. 여섯 사람쯤 출연해서 맨 앞사람의 뜻을 맨 뒷사람이 알아맞히는 게임이었다.

 열에 아홉은 소통이 안 되어 엉뚱한 데로 답이 흐르는 걸 보면서 함께 웃었다. 중간의 한 사람이 잘 모른다고 대충 제스처를 남기면 다음 사람은 소통이 안 되어 답은 거리가 멀다. 당연히 다음으로 넘어갈수록 엉뚱해질 수밖에 없었다.

 소통의 원활을 위해서 대화를 하고  선입견, 편견, 아집, 독선을 없앤다고 하지만, 일상에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그 중에서도 선입견은 특히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중간에 자기의 경험에 의한 생각을 내세운다. 제대로 듣고서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은데 그렇다.

 신호로 막혔던 교통의 흐름이 다시 트이면 얼마나 시원한가.

 서로의 의사가 잘 이해되어 원활히 소통이 되면 사는 일이 좀 더 즐겁지 아니할까.

오태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