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세일’

2005-01-26     김원민 논설위원

미술이론가 케네드 클라크는 정밀하게도, 영어는 알몸(naked)과 누드(nude)를 구별하고 있다고 갈파했다. 즉 알몸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옷을 벗어버리는 것으로, 이 단어는 대개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상태에서 느끼는 약간의 당혹함을 함축하고 있다. 반면 누드란 단어는, 교양 있게 사용하면 별로 듣기 거북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몸이든 누드든 ‘벗은 몸’을 이야기하자면 ‘육병(肉屛)’이 빠질 수 없다. 유명한 양귀비의 오빠 양국충은 겨울날이면 방에다 병풍을 치지 않고 대신 수십 명의 나체미인을 서로 살과 살이 닿도록 죽 둘러 앉히고 그 체온과 분향 속에 앉아서 놀았는데 이것을 육체병풍이라 하여 ‘육병’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신의 나체를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풍조가 유행한대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젊은 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일부 여성 연예인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어 누드집을 만들어 팔거나 인터넷 같은 데에 올리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 한 여배우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 사진을 찍어 수입을 올리려다가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연예계 뒤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헤로도투스는 “여자가 옷을 벗어버리면 부끄러운 마음마저도 벗어버리고 만다”고 했지만, 이것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누드가 최근에는 사람이 아닌 상품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누드 세일’이라면 혹자는 그 흔해 빠진 연예인 나체라도 헐값에 파는 줄로 착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불황을 타개하려는 상인들의 고육책이다. 서울의 어느 백화점이 이 달 초 벌인 ‘누드 상품전’이 그것으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이익을 모두 ‘벗은(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 유통업체들은 그밖에도 ‘줄서기 상품전’이니 ‘1000원 경매 대축제’니 하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가격 벗기’(싸게 팔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도내에서도 경제 살리기 운동이 한창인 데 누드 세일 같은 파격적인 상술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