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추진'까지 갈수록 의문
'호접란' 실체 언제 드러나나?
"이 사업에 대해 70%는 자세히 알고 있다. 나머지 30%는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70%는 잘못이 없다"
"제주 농업의 위기가 닥치던 시대에 공세적인 사업의 하나로 미국 호접란 수출사업을 도모한 것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사업이 단순하게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최근 사표를 낸 공무원은 희생양이다. 권력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자기의지와는 반대로 일이 흐르다 보니 결국 사표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사해야할 사항이다. 돈의 쓰임을 철저하게 조사하다보면 이 사업이 부실해진 원인점에 다다를 것이다."
"뭔가 보여야 한다는 전시행정 등이 빚은 졸작이다. 결국 국민의 혈세만 낭비된 셈으로 이제 정리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선다"
호접란 대미수출사업을 바라보는 도청 공무원들의 시각이다.
말 그대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하는 평가가 새나오는 실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제주도로부터 분석 용역을 의뢰 받은 한국경제조사원 제주지역본부는 "출발이 잘못된 사업이며 현지 처분을 통한 손실 줄이기도 어렵다"면서 "사업 방향을 바꾸고 경영개선을 도모하면 앞으로 얼마간 보전이 가능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주도는 호접란 사업을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 맡겼다.
또한 김태환 도지사는 이달 24일 간부회의를 통해 "호접란 사업에 대해 도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지 농장을 시찰한 도의원 등의 시각.
"하우스 시설의 가장 기본적인 전기시설마저 안 갖춰져 있다. 환풍기는 아예 가동되지 않는다. 이런 시설에 도내에서 생산한 종묘를 갖고 온 들 뭘 하겠느냐"
이달 초 4박5일 일정으로 미국 LA지역에 위치한 호접란 현지농장을 다녀 온 도의원 등의 탄식이다.
도의원들에 따르면 당초 1만평 부지를 매입할 당시 함께 넘겨받은 하우스시설 '가동'은 외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각종 먼지 등으로 인해 햇빛이 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곳에서 키우는 호접란 15만본이 발육부진으로 상품성을 갖출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기시설 미비로 난방보일러는 물론 환풍기조차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지 관리사 공사를 포함 덤프트럭 접안시설, 화장실 공사 등이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으며 현지 공사업체들에게는 공사비를 제대로 주지 않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현지 실정에도 불구 시설공사 책임을 맡은 제주교역 관계자들이 모두 철수해버렸고 현지 파견된 도청 공무원은 지난해말 복귀명령을 받은 상태로 현지 농장 자체가 방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병립의원은 "지금껏 제주도가 발표한 관련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전제 한 뒤 "수출사업에 쓰인 133억원이 모두 날라 가 버렸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라면서 "제주도가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도의회 차원의 특위라도 구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제주교역은 라동에 대한 시설사업을 포기하고 나동과 다동만을 완성한다고 밝혀 지난해 제주도의 '2005년 라동까지 준공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수출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과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도, 제주교역,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제주도 관계당국자는 "제주교역과 한국 전기기술진을 대동하고 미국 현지 농장의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면서 "현지 사정에 어두운 나머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태연하다.
그러나 지난 21일 제주도 현재현 농수축산 국장, 고계추 개발공사 사장, 홍오성 제주교역 사장 등은 회동을 갖고 현지농장 시설 완비, 호접란 수출 재개 등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제주교역이 갖고 있는 1억여원의 잔여 공사비로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중단된 시설사업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3월 이후 호접란 수출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용역기관의 '현재 운영방식으로는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은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의 초점은.
우선 현지 농장 부지 구입경위와 거래 시세 등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인사에 따르면 호접란 현지농장이 위치한 지역의 땅값보다 20~30% 높은 가격에 제주도가 부지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래 땅 주인이 국내 유력 인사의 소유라는 추측도 무성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지 시설 공사업체 선정 및 이 과정의 적법성을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당초 공사를 맡은 업체의 부도, 보증업체의 대리 공사, 각종 전기시설의 한국제품 사용(현지제품이 아닌 탓에 준공 검사시 부적합), 하우스시설 설계도의 현지 부재 등 공사 전개 과정이 온통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전임 도정이 내부에서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평가한 사업을 '누구와 무엇을 위해' 발벗고 나섰는지 등이 하루빨리 공개돼야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