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官 軍 하나 된 풍수해복구 감동스토리
훈련보다 태풍 피해 복구 택한 공수단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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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자리에 이번에는 중형급 태풍 ‘덴빈’이 강타했다. 이들 두 태풍은 하루를 사이에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간당 40mm 안팎의 물 폭탄까지 몰고 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제주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29일 오후 6시 현재 초기 잠정 집계에 의한 ‘볼라벤’의 피해만 해도 적지 않다. 인명피해 말고도 총 7378건에 피해액이 141억5400만원이다.
밭작물이 황폐화하고 비닐하우스가 걸레조각이 됐으며, 양식장 고기들이 수백만 마리나 폐사했다. 가옥 침수-파괴, 어선-방파제 피해도 컸거니와 정전(停電)-축산업의 피해도 많았다. 아직 보고되지 않은 피해와 후속 태풍인 ‘덴빈’의 겹치기 피해까지 집계되면 그 피해액은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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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민뿐만 아니라 모든 풍수해 도민들은 그 악몽과 같은 두 태풍의 광란 앞에 망연자실(茫然自失) 할 수밖에 없었다. 친자식 키우듯 길러놓은 농작물이며 넙치와 가축, 유일한 생활 터전인 어선을 잃은 그들에게 찾아 온 것은 실의뿐, 복구할 의욕조차 상실했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의 망연자실을 그대로 놔둘 정도로 야박하지 않았다. 태풍피해 도민들을 돕는 데는 민-관-군(民-官-軍)이 따로따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하나였다.
28일 때마침 제주에서 훈련을 하던 제3 공수특전여단 장병 200여명이 서귀포시 안덕면과 성산포 일대에서 태풍피해 복구에 나서 피해 주민들에게 의욕과 희망을 불어 넣었다. 그것은 금전적 피해보상 이상의 것이었다. 공수특전단 장병들은 훈련보다 태풍피해 긴급복구를 먼저 수행해야 할 ‘작전’으로 평가한 듯하다. 올바른 평가요, 작전이었다.
제주방어사령부 장병 80여명도 이날 대정읍 일과리 한 양식장에 긴급 출동했다. 정전으로 인해 다량 폐사하는 넙치를 구출하기 위한 비상 작전이었다. 이미 상당량의 넙치가 죽은 뒤였지만 이들은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구슬땀을 아끼지 않았다.
일반도민들의 피해 복구 활동도 감동적이다. ‘볼라벤’이 한창 할퀴고 있던 27~28일, 서귀포 동홍동 젊은이 22명은 자율방재 단을 꾸려 밤새워 피해 예방과 복구활동을 벌였다. 안덕면 사계에서는 해녀들이, 제주시 광양 로터리 일대에서는 농협 직원들이, 애월읍 납읍리에서는 직접 주민들이, 표선면 가시리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복구 작업에 나서 땀을 흘렸다. 이들만이 아니다. 지금 제주도 전역에서는 도민들의 피해복구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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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책임감에서 복구 작업에 더욱 열심이다. 추자도와 제주시 일부 동에서는 행정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이 공동으로, 한림읍 금능리-표선면-영천동에서는 읍면 직원들이, 그리고 서귀포 송산동에서는 행정공무원과 전경이 나서는 등 도내 공무원들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두 개의 태풍에 겹치기로 강타 당한 제주도의 피해 현장에는 요즘 연일 민-군-관에 의한 태풍 피해 복구 감동스토리가 쓰여 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 범위가 워낙 방대해 노동력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아직도 민-관-군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민-관-군의 노력 지원이야말로 태풍피해 주민이 실의에서 일어나 재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순수 일반도민들에 의한 피해 주민 일손 돕기 운동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