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태풍이 해저터널을 생각케 한다

2012-08-29     제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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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제주 내습은 자연스레 해저터널(고속철)을 생각케 한다. 이번 제주를 할퀴고 북상한 15호 태풍 ‘볼라벤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전국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제주 섬은 27, 28일 이틀 동안 고립 상태였다. 연륙 수단인 해-공항(海-空港) 뱃길과 하늘길이 모두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주에 왔던 관광객과 급한 용무가 있어 출륙하려던 도민 등 수많은 인파들이 발만 동동 굴렸다. 출륙해서 제때에 일을 보지 못한 도민은 물론, 숙박비 등 연장 체류 비를 더 소비해야 했던 관광객들은 경제적 손실이 매우 컸다. 천재지변으로 불가항력이라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만약 대안(代案)이 있으면 그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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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년 들어 제주-전남의 현안으로 떠 오른 해저터널이 그 대안일 수 있다. 해저고속철(터널)이 뚫리기만 한다면 제주는 몇 날이 아니라 몇 달을 태풍이 몰아쳐도 출입 못할 관광객도, 도민도 없게 된다. 화물 운송도 마찬가지다.

 어디 태풍 때뿐인가. 평시에도 그렇다. 아마 해저털이 개통되면 교통편 없어 제주에 못 오는 관광객은 없을 터이다. 특히 제주 입도(入道)는 공항으로, 이도(離島)는 해저고속철로 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이다. 그야말로 제주관광은 ‘낭만의 관광’이 될 줄 안다.

 설사 항공기 왕복의 제주관광이라 하더라도 날씨 걱정 없는 속 편한 여행이 된다. 제주에 왔다가 하늘 길이 막히면 해저 고속철을 타면 그만이다. 말하자면 제주 연륙 교통은 1년 365일이든 태풍-장마철이든 막힘이 없다. 전천후(全天候) 연륙 수단을 갖춘 셈이 된다. 그리고 항공사와 해저고속철은 서로 천적(天敵)인 태풍과 장마에 공동 대처하면서 경쟁관계가 아닌, 새로운 상생관계를 유지 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제주에서는 신공항 건설에 밀려 제주~전남 해저터널 논의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리어 제2 수혜(受惠) 지역에 지나지 않은 전남 쪽이 더 적극적이다.

 해저터널로 신공항이 밀려날까 두려워 그런지, 너무 신중해서 그런지, 아니면 불가능해서 그런지, 혹은 속이 좁아서 그런지 지도층들조차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스럽다.

 단기적으로는 해저고속철보다 신공항이 먼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리어 신공항보다 해저고속철이 우선일 수 있다. 신공항 건설만으로는 ‘대 제주(大 濟州) 건설’이 완성될 수 없지만 해저고속철은 그것만으로도 ‘대 제주 건설’이 완성 된다. 제주도로서는 신공항 유치 노력 이상으로 해저터널 유치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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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주~전남 고속철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공존해 있다. 국토해양부는 올봄 중간 타당성 기초 조사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한 편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 것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제주~전남 해저고속철에는 14조6000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해저고속철이 개통되면 2026년 기준 매년 1500만 명이 이용할 것이며, 1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42조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성이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신공항만을 추진할게 아니라 과감히 해저터널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해저터널을 먼저 추진하는 게 “닭 아닌 꿩”을 선택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해저철도가 건설되면 관광객은 저절로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