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셈법
1÷1=2라고 하면 우리의 수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셈법이다. 하나를 하나로 나누면 두 개가 된다? 이상한 것 같지만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저 유명한 에디슨은 유년 시절 학교에서 이렇게 나눗셈을 했다. 선생으로부터 희망이 없는, 지진아로 찍혔던 에디슨의 천재성은 이렇게 범인(凡人)으로선 상상 못할 엉뚱한 셈을 해냈다. 장작 하나를 패봐라. 분명 장작은 두 개로 쪼개진다. 이게 그의 셈법이었다. 요즘 이런 엉뚱한 셈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는 에디슨처럼 천재로 추앙 받기보다는 바보로 취급될 게 뻔하다. 지금은 주판의 시대를 넘어 전자계산기 시대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1998년부터 추진한 호접란 계산법은 아무래도 전자계산기는커녕 주판마저도 사용하지 않고 셈을 한 것 같다. 8명의 농가를 위해 13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도 건진 것이 하나도 없다면, 아마 이 계산은 안방에 앉은 안방마님의 주먹구구식 셈법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 이러지 않았을까? 돈 밖에 아무것도 모르는 안방마님에게 ‘누군갗가 죽어가고 있는 감귤의 대안으로 호접란 사업을 들면서 “돈벌이를 톡톡히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유혹했다. 안방마님이 손가락으로 셈해보니 잘 하면 마님 주머니에도 녹녹치 않은 돈이 들어올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미국까지 가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결과는 온통 부실사업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사업을 부추긴 그 ‘누군갗가는 뒷소문만 무성할 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근에는 도의회 의원들이 미국 현지 농장을 시찰하더니만 보통 화난 게 아니다. 도의 보고가 모두 거짓이었단다. 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6대 도의회부터 미국의 호접란 농장을 수차례 시찰한 바 있다. 하필 최근 갔다온 도의원들만 분개하는 것을 보니, 당시 도의원과 최근 갔다온 도의원들 셈법이 틀린 모양이다. 필시 어느 의원은 전자계산기로, 어느 의원은 주먹구구로 계산했을 법 한데, 주먹구구로 계산한 의원은 누구일까도 궁금해진다.
▶호접(胡蝶)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른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떠오른다. 장자는 ‘내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꿨다. 이를 현대 사람들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로 해석한다. 꿈도 현실이고, 현실도 꿈, 알고 보면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는 얘기다. 호접란의 주인 안방마님 역시 물아일체의 경지에 있었던 듯 하다. “도 예산이 나의 쌈짓돈이고 나의 쌈짓돈이 도 예산”이라는 장자와는 전혀 다른 ‘속물적 물아일체의 경지’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 130억원의 행방이 묘연해질 수 있겠는가? 호접란이 이제는 덧없는 ‘호접지망(胡蝶之亡)’이 되고 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