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용수, 지하수 의존 지나치다
제주도는 서부지역 가뭄 1단계 대책으로 농업용 지하수 관정(管井) 1천120 개소를 총 가동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지하수 해수침투로 염분이 검출되고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대체 농업용 지하수 관정 4개 공을 새로 개발, 급수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뭄 상습(常習)지역인 애월-한림-한경-대정 등 제주 서부지역은 요즘 계속된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읍-면-마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서부지역에는 올해 7~8월 강수량이 평년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결실기에 있는 참깨와 콩, 정식(定植) 기를 맞은 양배추-브로콜리, 파종기를 앞둔 각종 농작물 재배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농업용수가 없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응급조치라도 취해야 할 상황이다. 제주도가 1단계 가뭄 대책으로 내 놓은 1천120개소의 농업용 지하수 관정 총 가동은 그래서 나온 방책이다. 아니 궁여지책이라고 해야 옳다. 이 방법 외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할 길이 없으니 나무랄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부지역뿐이 아니라 제주도 농촌 전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다른 길이 있는 데도 지나치게 지하수에만 의존하는 무사안일 한 도정의 정책이 문제다.
그 답(答)은 호우 시 냇물을 끌어들인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 건설에 있다. 본란(本欄)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답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극히 일부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제 당국은 지하수에만 농업용수를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우기(雨期)에 바다로 버려지는 냇물을 활용,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과 일부 생활용수로 쓸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도민과 관광객에게 유원지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더욱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렇잖아도 서부지역 일부 지하수 관정에서는 해수침투로 염분이 섞여 농업용수로도 쓰지못할 상황이라지 않은가. 생활용수로 쓰는 것만으로도 지하수 보존 관리가 위태로운데 농업용수마저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큰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