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유산 앞에 두고 죄를 지을 것인가”

도의회, ‘카사 델 아구아’ 정책토론회

2012-08-21     제주매일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논란은 법적 논리가 아닌 공공성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21일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왜 지켜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는 이날 오후 3시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40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최근 강제철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장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김태일 교수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뒤 “가설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등에서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5년에 철거된 제주대학교 옛 본관의 사례를 들어 “법 논리에 앞서 다양한 의견에 대해 논의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얻기 위한 과정이 생략된 채 철거되는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설 가설건축물이지만 가치를 인정받아 다시 복원하거나 보전해 적극적인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국내·외 사례가 많다”며 미스 반데어로에의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독일관을 그 예로 들었다.

미스 반데어로에는 독일관은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독일관은 1929년 세계박람회 이후 철거됐다가 현대건축사적 가치를 인식, 새롭게 복원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이해당사자간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행정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보존하는 방안과 이해당사자들이 제주도에 기부체납해 불법 가설건축물 보전의 당위성을 갖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카사 델 아구아’ 존치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 “제주의 에펠탑”

김형준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또한 박람회를 위한 가설건축물이었다고 밝힌 뒤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 논란에 대해선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지금 제주에서 ‘카사 델 아구아’ 철거에 대해 수많은 논의들이 오고가고 있는데 이런 논란들이 너무나 반갑다”며 “제주에 있으면서 건축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논란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논란과 관련해 에펠탑을 사례로 들었다. 에펠탑 역시 기차가 지나가는 철교를 반으로 잘라 세워 붙인 것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파리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989년 파리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혐오했던 가설건축물 에펠탑은 법적으로는 박람회 이후 철거 대상이었다”며 “‘카사 델 아구아’를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문제는 논리나 법으로 따질 문제도 아니며 이해나 수긍이 필요한 문제도 아니”라며 “인류의 문화유산을 앞에 두고 죄를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예외 인정 어려워”

한동주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문화적 예술가치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한 국장은 먼저 ‘카사 델 아구아’가 건립돼 있는 장소가 영구건축물이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카사 델 아구아’가 들어선 지역은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지역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의해 시설물의 설치가 제한되고 있는 지역”이라며 “원래부터 영구건축물로 신청했다면 허가되지 않았을 것이며, 이 문제는 중문관광단지의 전체적 관리를 위한 것이니만큼 예외를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카사 델 아구아’를 인정할 경우 해당 지역의 건폐율이 초과돼 앵커호텔의 일부를 뜯어내야 한다”며 “‘카사 델 아구아’를 양성화하면서 레고레타의 본 작품을 뜯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 국장은 “본 작품과 관계없이 ‘카사 델 아구아’만의 문제라면 존치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으나 지금의 상황은 종합적으로 결부돼 있다”며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된다고 레고레타의 작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인 것을 알면서 허용한다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만약 재력가가 건축허가를 요구한다면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