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하모니카

2012-08-21     제주매일

지난 8월초 지인들과 소록도를 찾았습니다. 알다시피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곳입니다. 다도해 물맑은 작은섬 이 소록도가 지난 2009년 개통되었습니다.

지금은 평화스러운 마을이며 사방에 경치가 좋아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병에 대한 편견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남과 북이 분단 되듯 병사지대와 일반인의 거주하는 곳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병원도 있고 성당,교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녹동 초등학교 분교도 있습니다. 우체국도 있고 치안을 담당하는 파출소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소록도 어는 곳에도 평화는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문둥이란 죄로 남,여 수천명이 거주 하면서 남자는 거세 시키고 여자는 강제 낙태를 시키는 가옥한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관광코스로 개방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곳 감금실 감시 시설등을 기억한다면 그들의 지금껏 고단한 삶을 살아온 고통의 피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릅니다. 대낮이라 너무 고요합니다. 이때 병사촌 부근에서 천상(天上)의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카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고향의 봄, 아리랑, 바위고개 그리고 외국 명곡등 간간이 사방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을 인솔하신 여행 가이드께서는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사람은 70세가 지난 유모씨라 했습니다. 천형(天刑)의 소록도에 정착한지도 50년이 넘었답니다. 그내력은 모든 한센병과 같습니다. 그가 17세에 한센병이 발생했답니다. 피부가 감각이 둔해지고 손실이 됩니다. 손가락이 뒤특어지자 부친은 1년간 집안에 감금했답니다. 동내에 문둥이라 손가락질 하자 부친은 너는 나의 자식이 아니다. 너 또한 아버지가 아니다. 부자간 피눈물을 흘리며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여 지금까지 여기에 살고있습니다. 아마도 마음이 울적할때에는 하모니카를 불며 마음을 달랠지도 모르겠지요 그또한 여기에 살면서 문학에 빠져 그후 30세가 지낸후 시인으로 등단했답니다. 시 하면 문득 생각나는 시인이 또 있습니다.

나는 문둥이가 아닙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문둥이입니다/ 나는 문둥이 새끼입니다/
시인으로 너무나 유명하신 한 하운의 시입니다. 본명은 태영(泰永)이며 함경남도 함주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936년 17세 나이에 한센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중국에 건너가 베이징 대학 농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해 공무원으로 근무 하면서 양양한 미래를 시작하던 25세에 다시 악화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숨어 살았습니다. 1946년 함흥 사건에 연류되어 반동 분자로 투옥 되었고 이듬해 월남 했습니다. 남과 북이 전운이 감도는 와중에서도 시를 썼습니다. 1949년 첫 시집(한 하운시초)를 냈습니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 거리며 가는길/ 중략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슬리퍼)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문둥병 이라는 천형의 병고를 지고 걷는 인생길을 팍팍해서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은 숨막힌 길이었습니다. 시인은 4月 을 좋아 했습니다. 사월이면 보리가 패기 시작합니다. 보리피리를 읽다 보면 말 그대로 천형(天刑)을 짊어지고 살았던 그의 삶과 세월이 떠오릅니다. 소록도에서 보리피리 불며 꽃 천상 간지도 우금 37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센병 환자들의 삶과 숙명 그리고 너무나 힘들게 살아 온 내용이 영화가 만들어 집니다. 과거 한센병 환자를 다른 영화는 더러 있었습니다.

문등이를 소재로한 시인 서정주  보리피리 한하은 시와 소설로 다뤄질만큼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한센인들에게는 속죄와 주홍글자를 떼기에는 역시 부족했습니다. 이런 편견을 무너뜨리기 위해 29세의 젊은 박명순 영화 감독께서 메가폰을 잡고 선배인 김준호 감독이 돌봐주고 있습니다.  금년 하반기에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영화가 완성되면 내년 9월 열릴 제5회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따라서 바깥세상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치는 참 좋은 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주시산림조합 이사 송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