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함에 쫓기지 않고 귤 맘껏 먹을 수 있어 좋아요"
내가사는 '제2의 삶 제주'
2012-07-31 허성찬 기자
한경면 저지리에서 B&B(Bed&Blackfast, 아침식사가 나오는 간이민박) ‘피우다’를 운영하는 김상범(46)·김미성(45.여) 부부의 바램이다. 남편은 서울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로, 아내는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이들 부부가 제주행을 택한 이유는 도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제주의 자연속에서 살고 싶어서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당시 자주 책을 펴냈던 이들 부부의 작은 소망은 감귤농사를 짓는 것과 저지 마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는 것이다.
Q. 제주에 내려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가
<김상범씨>제주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활동했었고 사무실도 운영했었다. 일하면서 삼성과 SK의 에뉴얼리포트(연차보고서)도 만들어보고 G20백서도 낸적이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생명이 짦아 동업을 하던 후배에게 회사를 넘기고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 아내도 잡지회사와 NC소프트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Q. 제주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미성씨>제주도는 예전부터 아내와 자주 오기도 했고 올때마다 많이 좋다고 느꼈었다. 바다에 둘러쌓인 점도 좋고 한라산도 좋아하고, 특히 사람들의 인심이 참 좋다고 느꼈다. 너무 각박한 삶속에 살다보니 일주일에 같이 마주앉아 밥 먹는게 한두번 될까 말까였다. 몸도 안좋아져 일을 그만뒀는데 아내가 좋은곳에 살자고 해서 주저없이 제주도에 내려오게 됐다.
Q. 집이 참 예쁘신데 집 자랑을 좀 해주신다면<김미성씨>당초 목표는 임대로 동쪽에서도 살아보고 서쪽에서도 살아본 다음에 집을 지을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제주에 땅을 구하러 3년 이상 돌아다녔었는데…여기 땅을 보더니 주위 경치도 너무 좋다고 해서 덜컥 사버렸다. 집 디자인은 남편의 어느정도 초안을 짜고 서울에 있는 디자인 사무실에서 초안을 짰었다. <김상범씨>근데 제주도 건축회사가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괜히 맞겼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은 지난해 10월 착공해 2달전에 완성됐다.
집 공사가 완료될때까지 서호동에서 저지리까지 거의 매일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 여담인데 태어나서 46년만에 나무와 꽃도 심어보고 물도 줘봤다
Q.B&B를 선택한 이유는
<김미성씨>예전부터 언젠가 은퇴하면 집을 2채 지어서 가족과 지인, 여행객들과 함께 사람 살아가는 향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제주에 오게 됐고 게스트하우스라는게 상당히 많은걸 알게 됐다. 그러나 저희 방은 게스트 하우스 형식은 아니고 손님방 형식으로 만들게 됐다. 실제로 남편의 지인들이 많이 와서 묵는다. 아직은 오픈한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물어물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그리고 B&B의 이름을 ‘피우다’라고 지은 것도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
Q.적응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김미성씨>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오기 전에 제주에 대해 블로그 등을 통해 1년 가까이 분석을 했었다. 덕분에 먼제 제주에 정착해 이주기를 쓰는 블로거들하고 많이 친해졌고, 실제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뭐 지금도 정기적으로 만나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편이다.
또 마을 주민들도 너무 잘 대해 주신다. 처음에는 다가가기도 어색하고 인사를 해도 퉁명스럽게 대했는데 계속 다가가려고 노력하니 마음을 열어주셨다. 이제는 깻잎 땄다고 부르시고, 호박, 옥수수 등도 지나가다 넣어 주시고 심지어 매실나무를 가져다가 집 마당에 조경용으로 심으라는 어르신도 계셨다.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Q.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상범씨>어찌된게 제주에 오니 우연찮게 방송을 많이 타게 됐다. 서귀포에서 잼베(아프리카 타악기)를 약 2달간 배운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방송만 2번 나갔다.
또 한 번은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와 제주사람 다 됐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상에서 귤을 파는 아저씨에게 ‘이거 얼마마씸’하고 물어보라고 했었는데 귤 팔던 사람도 서울 사람이더라. 한참 웃었었다.
<김미성씨>사람들이 너무 마음을 쉽게 열어주셔서 참 좋았다. 서울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뭐 먹고 살레, 심심해서 어떻게 살레’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다 이웃이 돼 쓸쓸하지 않아서 좋다. 서울에 있을때는 아파트 생활만 하다 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 위아래 층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회사동료, 지인들도 자주 내려와 재밌는 추억들을 만들고 가서 참 좋다.
<김상범씨>자연이 항상 주위에 펼쳐져 있고 조금만 나가면 도시이기 때문에 참 살기가 편한 것 같다. 서울에서 살던 때처럼 각박함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또 관공서를 가니 공무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또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앓던 고지혈증과 고혈압도 많이 좋아져 이제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고 몸무게도 10㎏정도 빠졌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
Q. 제주이민을 생각하는 분들께 조언을 하자면
<김상범씨>제주에서는 육지만큼 큰돈을 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너무 초조한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한번에 모든 걸 정리하고 내려오려고 하지 말고 여행객이 됐건, 주말만 내려오든 해서 2~3년 정도 제주에서 살아보고 좋으면 정착하는게 좋을 것 같다. 주민들이 투박하고 퉁명스럽게 대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다가서야 마음을 열어준다.
<김미경씨>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먼저 정착한 이주민들이 블로거로 많이 활동한다.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제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정착이 쉬워진다. 실제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Q.앞으로의 계획은
<김상범씨>우선 부산에 장모님이 혼자 살고 계셔서 빠른 시일내로 모셔와 같이 살 생각이다. 아내가 외동딸이다 보니 장모님이 많이 적적해 하신다. 그리고 제주지역 어르신들이 참 정정하신데 그 정기를 장모님이 많이 받으셨음 한다. 아직 아내가 고비와 고사리도 구분을 못해 장모님 도움도 좀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제주에 와서 처음 목표했던 감귤 밭을 하면서 귀농을 하고 싶다. 민박도 좋지만 아무래도 농사를 지어야 지역주민 속으로 더욱 들어갈 수 있을거 같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같이 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 서울에 있을 때 아내고 책을 냈었고 저도 책을 자주 냈지만 솔직히 이래저래 요구를 맞춰주다 보면 스트레스만 받았었다. 마을에 정착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돌아다녀보면 이야깃거리가 너무도 많다는 걸 느꼈다. 많은 분량이 아니더라도 마을이야기를 휴머니티 형식으로 엮어내 제주다운 작지만 알찬 책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