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윤서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서 제주 정착”
<내가사는 제2의 삶 제주>게스트하우스 ‘네모’ 황상구·이연수씨 부부
“딸 윤서를 자연에 키우고 싶어 선택한 제주인데 이제는 고향처럼 편안합니다”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지 8개월차인 동갑내기 황상구(34)·이연수(34) 부부의 제주 정착 소감이다. 한경면 고산리에서 ‘네모(Nemo)’ 카페&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 부부에게 최고의 자산은 지역인심과 딸 황윤서(24개월)였다. 치열하게 바쁘게 사는게 싫어서, 윤서를 자연속에서 키우고 싶어 선택한 제주가 이미 이들 부부에게는 제2의 고향이 돼버렸다.
Q. 제주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난 2009년 제주를 방문하게 됐고 올레 1코스를 돌면서 제주의 경치에 너무 반해 그때부터 제주에 정착하려고 했는데 제주에 사는 지인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한달동안 가슴앓이 하다 꿈을 접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제주에 왔다간 다음달 윤서가 생겨 태어나자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제주행을 결심하게 됐다. 아마도 제주에서 살라고 윤서를 점지해준 모양이다.
Q.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인천에서 거주할 때 남편과 같이 휴대폰 관련 업종에 10년 가까이 근무했었다. 휴대폰 업계 자체가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새벽 3~4시까지 일하는게 보통이다. 너무 각박하게 살다보니 여유가 없었는데 딸 윤서가 태어나면서 육아휴직을 1년하게 됐고, 육아휴직을 끝내고 제주행을 하게 되면서 게스트하우스라는걸 알게 됐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게 됐다. 손님들이 오시면 같이 갯바위 가서 보말도 줍고 오면 삶아서 칼국수 만들어 먹고 가족적인 부위기로 운영하다 보니 입소문이 난 것 같다.
또 그 전에는 남편이 아침에 일 나가면 밤 10시~11시나 돼서 들어와 윤서 얼굴을 못보고 잘 놀아주지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완전 단짝이 됐다. 윤서가 아빠가 안보이면 ‘엄마, 아빠 어디 간’ 하면서 사투리로 찾기도 한다.
Q. 윤서 자랑을 한다면
우리 부부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보물. 2006년에 결혼한 뒤 3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속앓이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 2009년 9월 우연히 제주올레를 걷게 됐고, 올라간 다음달에 윤서가 생겼다. 그래서 윤서를 제주의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제주행을 결심하게 됐다. 제주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아이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사투리를 쓴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과 손님들 앞에서도 사투리를 써 귀염둥이로 유명하다. 인천에 있을때는 한달에 한번씩 감기로 고생했었는데 제주도 내려와서 한번도 잔병치레를 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제주 촌년(?)이 다된 모양이다.
Q. 적응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사람사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 내려왔고 마을 어르신들이 너무 잘해줘서 적응하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바쁜 인천생활에 몸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제때 제시간이라는 개념이 애매해 애를 먹고 있다.
처음 와서 집을 지을 때 건축을 맞은 아저씨가 2개월이면 된다고 한 게 5개월이나 걸렸다. 그때는 조금 많이 힘들기는 했다.
Q. 재밌는 에피스드가 있다면
제주에서 산 뒤 재밌는 일이 많이 있었다.
하루는 친정 부모님이 내려오셔서 갯바위 낚시를 간 적 있어. 아버지는 남편은 낚시를 하는데 어머니가 심심하셔서 같이 보말을 주웠는데 순간 발 밑으로 뭔가 빨간게 쓰윽 지나갔고 그걸 또 잡으셨어. 근데 문어가 어찌나 힘이 세던지 아버지도 같이 해서 겨우 잡았다. 저녁에 그걸로 요리해 먹는데 참 맛있었다.
대형마트에 가니 눈썰매를 파는게 보여. 제주에는 눈이 안오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물어보니 천아오름에 자연 눈썰매장이 있다는걸 알게 돼. 그래서 한번 가볼려고 어리목 인근을 계속 돌아다녔는데 이정표가 없어 하루는 찾다가 시간을 다 보낸 적이 있어. 바로 다음날 어찌어찌 물어서 찾아가니 사람들이 가득차. 윤서랑 같이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던거 같다.
Q. 게스트하우스를 하면 여유시간이 많을텐데
제주 내려와서 한 2~3개월동안 남편과 윤서랑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녔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윤서를 데리고 한라산 윗새오름을 갔다 오고 다음날 올레길 가고…참 신나게 돌아다닌 것 같은데도 근데 아직도 돌아다니지 못한 곳이 많아 객실 청소하고 시간이 남으면 남편이랑 윤서랑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다. 또 손님들하고 같이 나가서 갯바위 낚시도 하고 보말도 줍고 마을 어르신들이랑 얘기도 하고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아서 참 좋다.
Q. 제주도 와서 이건 좋았다
마을 어르신들의 인심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시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기우였다. 처음 내려와서 공사를 시작할 때 도움도 많이 받아. 심지어 어떤 어르신은 땅 1652㎡(약 500평)을 빌려줄테니 농사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지금도 오다가다 농산물도 주시고 자주 게스트 하우스를 비우니 “장사 안하고 왜 돌아다니느냐”며 자기 자식처럼 걱정해 주신다. 이럴때는 눈물나게 고맙다.
또 감자나 양배추 수확이 끝나면 와서 주워가라고 한다. 윤서랑 같이 가서 주우면 인심도 고맙고 윤서 공부도 되고 참 좋았다.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조경나무들도 다 마을 어르신들이 쓰라고 주신거다.
Q. 제주이민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주 이민자들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저희 부부도 거의 맨땅에 헤딩한 경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많이 알아보시고 내려오는게 적응이 편할 것 같다. 먼저 제주에 정착한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것도 괜찮다.
육지보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는 않지만 그만큼 수입도 적다. 돈을 번다기 보다는 자연속에서 사람을 알아가면서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제주이민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
집 짓는 것 하나만큼은 생각보다 공사기한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건축하시는 분 말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Q.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이미 너무 많은걸 받았고 윤서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별로 바라는 건 없다.
한가지를 꼽으라면 집을 지을 때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아쉬운 부분이 많아 손수 집을 다시 지어보고 싶다.
워낙에 여행과 글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제주의 숨은 명소들을 알려드리고 싶다. 블로그에도 계속 올리고…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제주라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