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향기 맡고 싶어 제주에…해안가 너무 좋아 귀덕에 정착"
<내가사는 제2의 삶 제주>레스토랑 메리&폴 이근발·이인경씨 부부
“주민분들이 색안경 없이 너무 따뜻이 대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정착했네염”
제주에 정착한지 이제야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어느덧 귀덕 주민이 다 된 이근발(49)·이인경씨(48, 여) 부부의 제주 정착 소감이었다.
애월읍 귀덕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레스토랑 ‘메리&폴’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는 이미 지역 유명 인사였다.
거리낌 없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끝에 이제는 지역 주민인 동시에 제주이민 전도사가 다 됐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제주에 정착하게 된 것은 끝없이 펼쳐진 제주의 해안에 반해서다.
남편인 이근발씨는 LG산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었고, 재미교포 아내인 이인경씨는 영어학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부부가 힘을 합쳐 영어유치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유치원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도중인 지난 2009년 휴가때 찾은 제주가 맘에 들어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오게 됐고, 결국 지난해 4월 정착할 결심을 하고 내려온 것이다.
귀덕에 와서 처음 정착을 시작한 때를 회상하던 이들 부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들 부부가 귀덕을 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사람사는 향기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다.
이근발씨는 “사람사는 향기를 맡고 싶어서 제주에 오게 됐고, 해안가를 좋아해서 귀덕에 정착하게 됐다”며 “그때 선택이 지금의 삶을 있게한 원동력이다”고 회상했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선택한 것이 지금의 레스토랑 ‘메리&폴’
설계를 이근발씨가 직접하고 3개월 공사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6개월이 걸려 공사가 완료됐다.
이 때문에 처음에 3개월 계약한 임대 아파트에서 나와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 3개월 연장이 주민들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처음에는 공사하자 지역 주민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며 “계속 인사하고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하자 마음을 열고 주민으로 받아줬고, 공사 당시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때 만든 인연은 레스토랑 개업 뒤에도 쭉 이어졌다.
이인경씨는 “처음 레스토랑을 열고 손님이 없자 이웃분들이 걱정이 됐는지 중국집 전향을 권유했었다”며 “메뉴도 처음에는 함박스테이크만 했었는데 주민들의 강압적(?)인 요구로 돈까스도 운영하게 됐다”며 설명했다.
특히 그녀는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할 때 연세 좀 있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와서 행복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며 “내려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녀는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님들이 말을 무뚜뚝하게 하시지만, 오다가다 브로콜리, 양배추, 단호박 등을 툭툭 던져주고 가신다”며 “이제는 외지인이 아닌 동네 주민으로 받아주시는 것 같아 너무 고맙다”며 감사해했다.
그녀는 “가끔 괴팍한 동네 삼촌들이 술을 드시면 큰 소리를 치시다가도 다음날 되면 툭툭 치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의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자주 애용하시는 낚시객 삼촌은 자신이 잡은 고기중에 가장 먹음직스러운 것을 전해주고 가고, 주민들은 ‘기름진 것은 안먹는다’며 자신들은 안오지만 아들·딸, 손주를 보낸다고 한다.
특히 이들 부부의 반려견 마루치(10세), 아라치(8세)이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안가에 전용 풀장(?)까지 마련해 줬다고 한다.
또 16일에는 단골손님들 덕에 협재해변에서 신나게 보트를 타고 왔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이젠 귀덕 주민인 동시에 제주 이민을 꿈꾸는 자들의 전도사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레스토랑을 애용하던 손님들 가운데 이들 부부의 영향으로 귀덕에 정착한 가구만 3가구가 된다고 한다.
또한 손님들이 블로그를 통해 홍보해 준덕에 제주에 이민을 상담하러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들 부부가 강조하는 성공적 제주 정착의 첫 번째 요건은 ‘먼저 다가가라는 것’
이들 부부는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하다 보면 마음을 열어준다”며 “주민들과 함께 사는 삶이 진짜 사람사는 삶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두 번째 요건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
이들 부부는 “제주에 와서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덜 버는 대신 덜 쓰자는 생각을 가지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올인하는 식으로 제주에 내려와서는 마음의 부담감만 더해진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레스토랑에는 화려한 인터리어가 아닌 집에서 쓰던 것, 중고가게에서 산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들 부부는 “지금은 레스토랑 일이 아직 서툴러서 여유가 없지만, 조금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더 예쁜 레스토랑을 만들어 사람들의 소통이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나중에는 조그만한 감귤밭도 하나 운영해서, 주민들과 같이 감귤을 나눠 먹어봤음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