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점 접고 제주여행 왔다가 경치가 좋아 눌러살게 됐어요"

<내가사는 제2의 삶 제주>귀농인 이우복씨

2012-07-10     허성찬 기자

“귀농인들에게 마음의 문 열어줬음 하네요”

귀농인 이우복씨(59)의 조그만 바람이었다.

이씨가 제주에 내려온 것은 지난 2010년.

경기도 안양에서 10년째 가구점을 하던 이씨가 제주행을 결심한 것은 인터넷 쇼핑의 활성화로 운영하던 가구점이 직격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원래 장사를 접고 고향인 충남 천안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었다 한다.

장사를 접고 여행이나 가보자 해서 내려온 제주의 경치가 너무나도 좋아 아내와 같이 눌러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맨몸으로 내려온 제주생활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도내에 연고가 없었고 장사를 다시 시작하려 해도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더군다나 귀농인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색안경 역시 심했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무슨 죄를 짓고 내려온게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더라”며 “표선에 정착한지 3년이 지나니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지역주민들을 왕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물론 귀농하러 왔다가 좋지 않게 올라가는 경우도 많지만 정착하려고 노력하는 귀농인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중 귀농교육을 받게 됐고, 감귤밭을 임대해 현재까지 감귤 농사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감귤농사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귀농교육 자체도 첫 농사를 시작하는 귀농인에게는 너무 생소한데다 지원정책도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평생 가구점만 하던 사람에게 감귤 순 붙이는 법을 맨 처음 가르치면 뭘 알겠냐”며 “좀 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이론교육도 좋지만 지역주민들과 의사소통의 창구가 됐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씨는 “귀농교육을 받아봐야 혜택이 전혀 없다”며 “귀농지원도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안받은 사람이 훨씬 잘 받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원 자체가 부농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원 정책 자체가 돈 많은 귀농인에게 맞춰져 있고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자기 소유 땅이 있어야 한다”며 “ 맨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지원을 어떻게 받겠냐”며 한탄했다.

또한 이씨는 “부동산에서 뭐가 캥기는지 임대계약서를 써주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농협과 감협에 조합원 가입도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100여명에 가까운 이씨의 귀농교육 동기중에 지원 조건을 충족해 지원을 받은 사람은 딱 1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수확한 감귤을 판매하려고 할때도 막막했었다고 한다.

이씨는 “작목반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기 때문에 어림도 없다”며 “계통출하도 신청하면 5~10일은 기본적으로 걸려 힘든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씨는 “귀농인들에게 공판장은 너무 높은 벽이다”며 “농협 조합원인데 감협에서 처리한게 더 많을 정도다”며 농을 건내기도 했다.

귀농은 절대 말리고 싶다는 이씨.

장밋빛 꿈을 안고 내려온 제주가 다시 오기 싫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의 조카 역시 귀농차 제주도에 내려왔지만 2년이 안되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꿈을 갖고 귀농온 사람들이 젤 처음 느끼는 감정은 아마 좌절일 것이다”고 충고했다.

또한 이씨는 “지원정책, 주민 시선 등 아직까지 제주에서의 귀농은 결코 쉽지 않다”며 “한번 하고 싶다고 귀농을 택할 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하는게 좋다”고 충고했다.

이씨의 소망은 임대가 아닌 조그마한 감귤밭이라도 운영하는 것.

이씨는 “아직까지는 막막하지만 언젠간 조그마한 감귤밭이라도 운영할 때가 오지 않겠느냐”며 장밋빛 꿈을 꿨다.

이와함께 이씨는 “귀농만 장려하지 말고 좀더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