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일자리 창출에 경제 ‘올인’

2005-01-18     김승석 논설위원

연차적으로 제주도 전체의 재정규모가 증가되어 왔으나 오히려 2002년 기준 제주지역 총생산은 전국의 0.9%로, 1990년대의 1.0%에서 0.1% 감소하였고 실업률은 되레 늘어났다.

이 수치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실업자 구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나 제주경제의 체질개선에는 약발이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청년실업 해소는 金도정이 도민들에게 내 놓은 ‘경제 살리기 10대 시책’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2004년 도내 청년(15?29세 기준) 실업률은 6.5%로 2003년 4.8%에 비해 1.7% 증가하여 청년실업자가 3,400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2004년 도내 전체 실업률은 2.4%로 2003년의 1.9%에 비해 0.5% 상승해 수년째 계속되는 경기불황의 그늘을  여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호조에 힘입어 매년 5%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그 성장률에 비례하여 고용이 확대되지 않고 분배구조마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성과조차 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비롯한 초일류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고 신규 일자리창출도 이런 대기업에 한정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지역은 육지와 달리 최근 수년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가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유효적절하게 어떤 처방을 할 것인가에 대한 그간의 논의도 오늘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보면 공염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의 미래가 걸린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추진과정을 돌이켜보면 도민들에게나 기업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고, 한편 국내외 경제여건은 안정적 성장추세에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주요 교역상대국인 중국ㆍ일본 경제는 과열진정 내지 회복세 둔화추세에 있어 관광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감귤유통명령제의 연착륙에 따른 감귤가격안정으로 굴풋한 배를 채운 것 말고는 서민들의 지갑이 비어 있어서 당분간 소비가 살아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내수(內需) 촉진에 힘을 실어줄 관광산업의 성장추세도 가시권 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내 소비를 촉진하려면 매월 100만∼200만원 정도의 급료를 받는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를 포섭하는 기업은 바로 토종 중소기업이다. 이태리 또는 미국의 사례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36홀 규모의 도내 골프장의 경우에는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시 캐디(경기도우미)가 300∼400명이 되었으나, 2000년대 접어들어 골프장 측이 자체 수입을 올린다면서 홀간 이동 통로를 콘크리트포장하고 미니 전동차를 도입하여 캐디 숫자를 절반 정도 감원하는 바람에 20∼30대 여성실업자가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만일 골프장 허가권자인 제주도지사가 여성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신규 골프장 인허가시에 18홀 정도는 1팀 2인의 캐디 사용을 의무화하는 부관을 붙일 수 있었을 터인데, 현실은 미니 전동차 도입에 따라 여성 캐디가 일자리에서 쫓겨난 형국이 돼버렸다. 토착 형 고용을 고려하지 않는 근시안적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정보기술(IT) 산업의 히어로로 떠오르고 있는 (주)다음 커뮤니케이션과 반도체설계업체인 ‘EMLSI’본사의 본사가 도내로 이전되고, 첨단과학기술단지의 조성사업이 완성될 경우 이와 유사한 첨단 기술업체 등이 유입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편 실망도 적지 않다. 2006년까지 고용 400명을 목표로 하여 제3섹터 방식에 의해 제주도와 삼성SDS가 설립한 JS소프텍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청산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3∼5 명 정도를 상시 고용하고 있는 전통적 토종 중소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방정부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지방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침체된 도내 건설경기 부양에 진력하는 것은 도내 10,000 여명으로 추산되는 건설관련근로자의 생활안정에 도움이 되므로 각별한 관심을 갖길 바란다.

끝으로, 도내 대학의 취업담당자들은 대학졸업예정자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한정되거나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구직예정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제주경제현실을 감안한 실용적 일자리 구하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