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선거법 고발 說往說來
"총선 두 달 지난 후에야 선관위 고발 이례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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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이 끝나 두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새누리당 제주도당이 민주통합당 강창일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뜨겁다.
고발의도가 아리송하고 고발시점이 일반의 상식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지난 12일 도선관위에 강 의원을 고발했다. 4.11 총선 과정에서 강 의원이 당시 경쟁 상대였던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지금은 새누리당 도당 위원장)를 상대로 했던 발언을 새누리당이 모아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고발인이 직접 선거를 치렀던 현 위원장이 아니라는 데 일반의 의구심을 부르고 있다. “원로답지 않게 비겁하게 당 조직의 뒤에 숨어 해코지 하는 짓”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여기서 비롯된다. 소위 ‘리모콘 정치’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침묵하는 데 당 조직이 나서서 선거가 끝나 2개월이 지난 후에야 고발을 한 것은 혐의 내용의 사실여부나 불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당을 뒤에서 조종하는 "‘현경대 식 꼼수 청치’의 맨얼굴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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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은 현 위원장의 발언에서 비롯된다. 현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지난 4월 12일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앙금을 털어내고 제주도민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강창일 당선자에게 “축하 한다”고도 했다. 경쟁 후보를 향해서도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선거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선거과정의 앙금을 풀어 제주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그의 의연함과 대인적 풍모에 많은 이들이 "역시 현경대"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낙선에 더욱 안따까움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그의 중후한 경륜과 오랜 정치세월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노련한 인맥관리를 통해 도민화합과 제주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겉으로는 “앙금을 털어내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당 조직을 조종해 오히려 감정의 앙금을 굵어내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경대식 꼼수 정치’라는 비판도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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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당 조직이 나서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상대 당 후보였던 당선자를 고발한 것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죽해야 선관위 주변에서 까지 “선거전이 한창일 때 후보 간 고소 고발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당사자도 아닌 당에서 고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겠는가.
선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나 분열 현상은 어느 선거에서도 있어왔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갈등 현상을 치유하고 화합과 사회통합을 이끌어내 사회발전에 기여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사자 해결 의지다. 당사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화해와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번 4.11총선에 출마했던 당사자들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현경대 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진정성을 갖고 “앙금을 풀자”고 했다면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당 조직을 조종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조종간을 놓고 당당하게 나서서 갈등치유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당이 하는 일 나는 모른다"고 뒷짐 질 때가 아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노욕(老慾)으로 비치고 그것이 지나치면 추해 질뿐이다. 아직도 '경륜 있는 원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줄 시간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