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의 의미
불기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축제의 시간이어야 할 이때, 빗나간 스님들의 행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박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룸살롱을 출입했다는 등 추문이 일파만파다. 물론 일부 스님들의 일이지만 이런 소식을 듣는 신도들과 일반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비통에 가까운 충격을 느끼고 있다.
과거부터 일부 가짜 스님들은 명분을 만들어 세속의 삼욕(三欲)을 탐(貪)한다는 말이 있다. 술은 곡차(穀茶)라는 명분으로, 고기는 약(藥)이라는 명분으로, 도박은 치매예방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며 집착한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짜 스님들을 옷 두벌로 40년을 지내고 물욕을 멀리했던 성철스님이 보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평소 짚고 다니시던 지팡이로 후려치었을 런지도 모른다. 이놈들아 정신 차려! 중생을 구도해해야 할 놈들이 뭐하는 짓이여? 라고 혼쭐을 내었을 것이다.
2013년 3월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고 하면서 열반(涅槃)하셨고 또 “ 장례식도 하지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茶毘)해라, 사리도 찾지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라는 유언을 했다.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성 추문 등으로 세상이 종교를 걱정해야하는 요즘, ‘무소유를 설파’ 해온 추상같은 법정스님의 모습의 더욱 그리운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종단에 영향력이 있는 큰 스님들의 사이에 유흥 문화가 일상화 된 것은 아닌가하고 의심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흥을 줄기는 가짜스님들은 한정된 일부들이다. 제대로 수행하는 대부분의 승려들은 이번사태를 통해서 한 번 더 걸러지고 환골탈퇴 되어 맑은 조직으로 거듭 태어 날 것이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누가 속이고 감춘다고 나쁜 일이 드러나지 않은 게 아니다. 모든 정보가 금세 공유 되는 세상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원칙은 “삼욕( 물욕, 성욕, 명예욕)”을 비우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바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와 갈등의 원인은 “탄진치(貪嗔癡)”라고 한다.
이 탄진치(貪嗔癡)는 불가에서 말하는 삼독(三毒)이다. 탐욕(貪)과 화냄(嗔), 어리석음(癡)을 뜻한다. 이 세 가지 독이 반목과 대립과 경쟁을 일삼는 다는 것이다. 이런 먹히고, 먹으려는 냉혹한 현실에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지혜와 자비로 충만한 세상을 기원하는 부처님의 뜻이다. 부처님은 “하늘 위 하늘 아래 모든 생명 존귀하도다. 세계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라는 법어를 모든 중생에게 전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후 위와 같은 외침을 했다. 이 외침은 장차 고통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선언, 즉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는 눈먼 중생들을 위하여 걸림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부처님의 뜻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선언은 태자의 신분을 버리고 6년간의 고행 끝에 부다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다섯 비구를 상대로 법을 설함으로서 시작하였고, 이후 45년 동안 인도 전역을 다니면서 중생들을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인도하셨다고 전해진다. 부처님은 모든 이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고통 속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 사바세계로 내려오신 분으로 부처님의 탄생은 그 자체가 중생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의 탄생을 경배하는 것은 물론 “참 나”를 찾겠다는 분발심을 부처님 오신 날 하루 만이라도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은 한국 이외의 많은 나라에서도 국민적 축제로 보내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부처님의 탄신일을 웨삭(Wesak-Buddha Day)이라고 해서 1년 중 가장 큰 축제일이다. 석가 탄신일에 등불을 밝히는 이유도 부처님의 자비와 공양으로 세상의 어두움을 걷어내고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불경에 있는 말이다. 한 가난한 여인이 많은 사람들이 기름등불공양을 올려 공덕을 쌓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복을 쌓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공덕의 인연을 맺을 수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기름 한 되를 구하여 불을 밝혔다. 아침이 되어 모든 불은 거의 꺼졌으나 이 여인의 불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음을 보고 다른 제자가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는 “이 등불은 지극한 성심과 큰 원력을 가진 사람이 밝힌 등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다.” 고 말씀 하셨다는 것이다. 이때 이 여인이 부처님 전에 예배하자 부처님께서는 “네가 오는 세상에 이 아승기겁(阿僧祇劫)을 지나 부처가 되리니 이름을 동광여래라 할 것이다.” 라고 했다. 앙굴 마라경에 있는 법어다.
부처님 오신 날 헌금을 많이 내고 비싼 등불을 켜는 것이 큰 공양은 아니다. 최고의 공양은 마음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