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 깨고 바른 것 드러내자’

2012-01-18     김관후
교수신문이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 ‘잘못된 것은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파사현정에서 ‘邪’와 ‘正’은 양립할 수 없는 반대 개념이다. ‘사’가 거짓, 악함, 탐욕, 자만과 독선, 불의와 부정 등을 뜻한다면 ‘정’은 진실, 선함, 사랑과 자비, 정의 등을 뜻한다. 그러니까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 있다.
2008년 7·3전당대회 당시 한나라당이 저지른 돈봉투 살포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명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당의 깃발을 내리는 것이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로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정치현실이다.
그러니까 파사현정은 불교에서,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도리(道理)를 깨뜨리고 바른 도리(道理)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道理)를 행(行)함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정반합(正反合)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헤겔에 의해서 정식화된, 변증법의 사고 방식이다. 논리전개를 3개의 단계로 나눈 것이다. 하나의 판단, 곧 정(正)과. 이것에 모순(矛盾)되는 다른 판단, 곧 반(反)이, 더 한층 높은 종합적인 판단인 합(合)에 통합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특히 현 정권의 정책이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것이었기에 올해는 진정한 공익과 사회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희망이 바로 ‘파사현정’에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회적 정의’를 되찾아 복원시키는 것이다.
올해에는 두 번의 중요한 선거가 있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불의, 부도덕, 탐욕 등 옳지 못한 것은 버리고 그 자리를 정의, 배려 등 바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을 담겨있다. 선거에서 파사현정이 가능하려면 결국 깨어 있는 국민들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012년 임진년은 흑룡의 해다. 60갑자에서 용띠해가 다섯 번 찾아오는데, 갑진(청룡), 병진(적룡), 무진(황룡), 경진(백룡), 임진(흑룡) 등이다. ‘임(壬)’은 오행으로 수(水), 오방색으로는 검은 색이다. 그러니 임진년은 흑룡띠 해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그 민족의 포부와 희망을 실천하려면 불의와 부정을 막아내야 한다.
2008년 일이다. ‘삼성그룹 3대 의혹’을 수사중인 특별검사팀의 윤정석 특검보는 “이건희 회장의 좌우명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들었다. 우리 역시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수사했으며 정반합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가 나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사회는 어떠한가? ‘잘못된 것은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지는 뒤로 숨고 도지사 선거공신들이 도정에 접근하며 도청 문지방을 드나드는 일이 많아졌다.
신동엽 시인은 일찍이 ‘껍데기는 가라’고 했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든 쇠붙이는 가라’고 절규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껍데기와 알맹이가 뒤섞여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