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성금엔 '자린고비'

제주선 기부관행 없어 타지방과 대조

2005-01-11     고창일 기자

'많이 벌었다고 자랑만 말고 어려운 이웃도 돌아 보라'
경제가 어려운 탓에 저 마다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유독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공사나 사업단들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면세사업단 등은 개인 업체는 아니지만 불경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업이 부재한 제주 지역에서 수 백억원대의 이익을 남겼다.

도 지방개발공사는 제주도의 자산인 지하수를 판매했고 한국공항공사를 제주를 드나드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받는 공항 이용료로, 면세판매점 역시 내왕객들을 고객으로 하면서 돈을 벌었다.

지방개발공사는 누적분 166억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는 지난 한해만 200억원대, 개발센터 면세사업단은 28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개발공사는 이미 재정적으로 자체 예산 부족증을 겪는 최대 주주인 제주도에 100억원의 배당을, 나머지 4개 시.군에도 지분율에 걸 맞는 금액을 나눠주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역시 흑자 운영을 했다는 홍보에 열을 올렸고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도 남긴 돈으로 제주도 '7대 선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이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모습이다.

반면 경남 개발공사의 경우를 비롯 다른지방 공기업 및 사업단들은 결산 후 수 억원 이상 금액을 관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흔쾌히 내 놓아 도내 유사기관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모금 38일만에 전국 목표 1000억원을 넘어 1012억원을 이미 달성했지만 제주도는 70% 수준에 머물렀다.

다른 지방의 온정으로 제주도의 부족한 부분을 메운 셈이다.
한 관계자는 "특히 다른 지방은 흑자를 낸 대기업 등에서 많은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면서 "제주도 실정상 공사 등이 그 역할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9월 동부지역 수해 당시 도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공동모금회 조차 불우이웃을 위해 '다시 성금을 모으자'고 말하기가 주저해 지는 요즘 '가진 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욱이 제주 지역에 자리를 잡고, 제주의 자산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는 단체나 공사 등이 이를 마다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도민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