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 개구리효과
2011-11-06 김찬집
반면에 ‘개구리효과’는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바로 펄쩍 펄쩍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자기가 삶아지는 것도 모른 채 죽어 간다. 위험이나 경고를 감지하지 못해 대형사고나 재앙을 맞기도 하고 서서히 망해 가는 경우를 빗대서, 위험한 상황에서 머리만 숨는 ‘꿩’과 함께 종종 쓰는 표현이다.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환경 재앙을 경고하기 위해 이 표현을 인용하면서 더욱 유명해 졌다.
나비효과와 개구리효과는 모두 먼 미래에 큰 재앙이나 엄청난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효과는 동일하지만, 발생하는 원인측면에서는 나비효과는 원인자가 있으나 개구리 효과는 피해대상자 자신의 안일한 생각, 위험이나 경고를 감지하지 못해서 자신들의 원인을 자초한 면이 있다.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있다. 어린 시절 일어난 작은 사건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테마로 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다행스럽게도 능력이 있어서 그 시절로 돌아가 원인이 되었던 사건을 바로 잡으려한다.
영화에서처럼 결과를 바꾸기 위해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래서 원인이 되는 사건을 바꾸고 또 결과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한사람이 인생보다 한 지역에 있어서 나타나는 나비의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지역지도자를 잘못 뽑아서 생기는 나비의 효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우리 제주 지역의 큰 정책에 대해서 추정해 본다면 지금 제주도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해군기지건설도 누구도 명명백백한 결실(結實)판단은 어렵다.
해서 좋은 것인지? 안 해서 좋은 것인지는 먼 훗날 우리후배들만의 판정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후배들의 판단 할 시점에 서는 지금으로 되 돌일 수 없는 나비효과가 발생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기간 동안 조장된 비용이나, 조장 안 된 기회비용의 폭과 깊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이 비용은 모두도민의 몫이다. 이와 같이 지역지도자의 성공과 실패는 지역 주민에게 유산(遺産)으로 물려준다. 지역지도자가 물려준 성공은 주민의 힘과 활력이 되지만, 지역지도자가 물려준 실패는 주민의 짐과 빚이 된다.
지역지도자에게서 힘과 활력을 얻은 도민은 허리를 펴고 살게 되고, 지역지도자에게서 짐과 빚만 잔뜩 넘겨받은 도민은 한동안 등이 휘는 고생살이를 면하기 어렵다. 지역지도자의 의무가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가 바로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질의 지도자가 좋으냐가 관건이다. 지역지도자들의 겉포장인 화려한 경력, 학력, 위장된 세련미 등……보다는 성품(性品)이 우선이다. 한 10여 년 전 일이지만 미국 대통령전기(傳記)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들의 모여 대통령 후보 검증원칙을 여러 차례토론을 거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덕목이 ‘ 성품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Character Above All)'이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누구나 노력만하면 외교 국방 등 비밀정보를 제외 하고는 어떤 정보도 접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전문가 비전문가 갭(gap)이 좁아지고 학력에 따른 신분차이는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말은 학력을 폄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력, 경력보다는 성품이 우선 이라는 말이다. 지도자의 이 자질만이 우리들에게 울일 수도 있고 안 울 수도 있는 나비효과를 막을 수 있다.
인터넷을 보면 제주지역 해군기지건설 찬성과 반대자들의 한 치의 배려도 안하고 상대방 비판수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양쪽 모두에게 더 큰 흠집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명분을 동원한다. 또 친족 간에 불목(不睦)진 주민도 많다고 한다. 삼촌의 조카에게 인연을 끊고 조카가 삼촌에게 원한을 품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오십보백보’라는 맹자의 가르침이 딱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것 같다. 맹자의 양혜왕 상편에 나오는 격언이다. 맹자(孟子)가 양혜왕 과 대화 중,사병이 진영 앞에서 후퇴하여, 한 사람은 50보를 물러 갔고, 다른 한 사람은 100보를 물러갔으니, 앞 사람이 뒷사람을 비웃는 것에 비유하여 생긴 말이다. 전쟁터에서 오십 보를 도망간 것이든, 백보를 도망간 것이든, 도망간 거리만 다를 뿐이지 도망간 것은 똑 같다는 의미다. 해군기지 건설 찬반 양쪽은 한 치의 여백도 없이 오십보백보게임이다.
‘치킨 게임’이라도 해보겠다는 기세다. 도민이나 국민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측 과 찬성 측에 대해 경고음을 보냈다. 냄비 속물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저 죽는 줄도 모르고 냄비 속 패권(?)만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개구리의 모습이다. 지금 제주도 해군기지 찬성반대자들의 처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