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땅
2011-11-03 김용대
제주도는 살아 움직이는 섬이다. 생동감이 넘쳐난다. 지난번에 없던 관광 상품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열대의 좋은 나무를 갖추어 의도대로 조성한 식물 공원에 들어서면 신선이 된 듯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생긴다. 분재공원은 또 어떻던가. 갖가지 빼어난 나무의 수형을 한 자리에서 보며 예술이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 하는 환희에 젖게 된다. 찬란한 유리공원을 비롯한 각종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감탄사를 절로 나게 한다. 심지어 기기묘묘한 성 기교 모형을 허물없이 드려다 볼 수 있는 곳도 제주도다. 싸이카 묘기와 코끼리 쇼, 마상경기 등 각종 쇼장과 체험관에서 사람들은 황홀감에 젖는다.
공원이나 박물관, 공연장 등은 사람의 손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허나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수수한 백록담, 우아한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대의 오묘한 바위, 바닷물 위에서 외로이 임을 그리는 외돌개, 용맹을 드러내며 승천하는 용두암,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섭지코지며 하늘을 이어주는 천지연 폭포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좋은 경치가 널려있다.
근래에 도내의 모든 도로를 새롭게 포장하였기에 차 안에서 흔들림 없이 경치를 즐기며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 다른 지역도 해안을 잘 다듬어 관광객을 유치는 추세지만, 제주도만큼 오밀조밀한 해안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이 좋은 자연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등록시키기 위해 제주도민들은 열성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세계 자연경관의 긍지보다는 그로 하여 오로지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함인 듯 비친다. 그대로 두어도 될 곳을 돈을 벌기 위한 시설로 꾸미거나 변형시키고 있다. 자연경관을 마음대로 볼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는 푸근한 인심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헌데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곳도 막아놓고 입장료를 요구한다. 관광지나 공항 근처의 가게에서 산 농수산품이 후에 터무니없이 비쌌음을 알게 되어 심한 배신감에 빠진다. 어느 택시 기사의 험악하던 행동과 거친 언어는 무엇을 대변하는 것이었던가? 등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도민의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가만 두어도 자연스럽게 선정되어서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