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세계도 계급이 있다.

2011-10-03     송순강

예로부터 제주는 여자.바람.그리고 돌(石)이 많아 三多의 섬으로 알려져 왔다. 섬사람 들에게 있어 삼다의 의미는 그렇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바람이 부는 변방을 떠돌며 외롭고 절망스러운 세월을 지내온 사람들이다. 고통과 한(恨)의 점철된 섬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온갖 난리를 겪으며 남자의 씨가 마른 결과가 바로 여자다. 치우고 또 치워도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노동의 고통을 배가 시켯던 것이 돌(石)이다. 그런가 화면 맛서 보기도 하고 때로는 달래보기도 하고 그래서 안되서 차라리 비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게 바람이다. 이렇듯 삼다는 섬 사람들 에게 결코 낭만의 대상이 아니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태가 바뀌면서 삼다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전통적인 남아 선호 사상으로 여자는 다시 설 자리를 잃었다. 반면에 과거 섬 사람에게 고통으로 다가 섰던 돌과 바람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사면이 확 트인 바다에서 토해내는 바람은 섬의 맑은 공기를 걸러 낸다.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 졌던 돌 투성이의 곶자왈은 생명들은 보듬고 바위에서 새어 나오는 청감수(靑甘水)는 청정한 물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이 섬은 웰빙의 나라로 빛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사계절 마다 고은 자태를 뽑내는 한라산과 태양을 영접하는 성산 일출봉.그리고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가 세계 자연 유산 으로 등재 되었다.여기에 뒤질세라 세계 지질 공원 인증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 되었다.그러나 세계 자연 유산 줄기가 다시금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등재된다면 제주는 세계로 세계는 제주로 일약 한반도의 금수강산으로 부상 할수 있다. 결국 섬의 자연은 덧없이 세월을 보낸것은 아니다.이 섬에 태어나 섬에서 마감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준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 저러한 관조(觀照)에 묻혀 옮겨진 발길은 거문 오름이 숲길을 더듬고 있었다.
 
● 거문 오름의 단상 (斷想)  1
    위세 등등한 무더위가 이어지던 8月어느날 세계 자연 유산의 하나인 거문 오름 탐방에 나섰다.그먼먼 옛날 거문오름이 불타는 봉우리가 용암의 전체를 뒤덮고 수 많은 피빛 같은 붉은 밤의 새도록 격분한 일몰을 눈부시게 비추는 거문 오름이 탄생을 의미한다. 높이 459m의 작은 기생 화산의 분출된 용암은 해안을 따라 약 8km흘러내려 거대한 용암 동굴의 가지를 쳤다. 길이로 보면 세계 열한번 째인 만장굴은 몇 년전 용천 동굴과 당처물 동굴은 한 뿌리로 밝혀졌다. 결국 내가 걷고 있는 거문 오름은 바로 동굴을 잉태하고 지금 까지도 품고 있는 어머니 였던 것이다. 옛적 제주의 오름 들을 창조 했다는 설문대의 장대함을 닮았는지 거문 오름은 의연하고 당당 하다 봉우리 와 등선 사이에 펼쳐진 삼나무 군락들이 마치 군병들이 사열을 받는 모습이다. 바라 보는 나는 이내 그 사열을 받는 지휘관이 된뜻 은연중에 경례로 답했다. 사열 병 넘어로 어머니인 거문 오름을 호위하듯 작은 오름들이 동.서.남.북으로 위치해 있다. 큰 아들격인 북 오름. 작은 아들은 부대 오름 또 알바 오름과 부소 오름은 두 딸의 자격으로 거문 오름을 감싸고 있다. 우리내 삶 역시 자연의 이치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이런 저런 모습으로 삶을 이어 간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연의 대 우주의 오묘한 섭리에 순응 하는 반면 인간의 그 섭리를 거부 하거나 잊고 산다는 점이 아닐까 그래서 대 자연은 우리의 혼란 스러운 삶을 돌아보게 한다. 검문 오름을 오르며 느껴지는 숙연함도 그런 이유 일것이다. 따라서 삶을 돌아보며 틀어진 인생의 궤도를 바로 잡는 발견 그것은 대 자연 에서 찾는것이다.

● 거문 오름 단상 (斷想) 2
    거문오름 숲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삼나무 군락과 상록 활엽 지대가 펼쳐지고 그 나무 군락 사이에 하얀 버섯이 마침 계단의 층계 처럼 자리잡고 있다. 봉접(蜂蝶)이라 하여 나비와 벌에 의해 암꽃으로 꽃가루를 옮겨 지는데 못내 아쉬운듯 돌아 앉은 모습이 산수국도 만날 수 있다. 계단 층을 넘어 깊숙이 들어 갈수록 비어 있는 겸허 함과 여유로움으로 새로이 만나는 사람. 잊어버렸던 친구들 문득 생각난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면 일색 고사리. 주름 고사리. 쇠 고사리가 숲이 숨결과 조화롭게 너흘 거린다. 살아 있는 생물들도 이내 화답한다. 자연의 모든 생물은 인간의 범하지 않은 다면 하찮은 나무나 풀잎도 그들 세계에서는 계급이 있다.계급이 따로 있다면 제주의 텃새인 큰 오색 딱따구리가 등지를 틀고 곱디고운 목소리로 짝을 찾는 삼광주도 신나게 목청을 돋군다 동박새도 사람이 부끄러운듯 나무 가지로 살폿 모습을 숨긴다. 민들레가 고개숙인 둥굴레 풍뎅이 그루터 옆에 집을 짖고 있는 개미 가족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달팽이......  
한여름 거문 오름은 숲이 생명들로 인해 부산하다 들뜬것은 어디 이들 뿐이랴 이제 막 중간쯤 숲길로 들어선 젊은 부부의 얼굴은 화색이 가득하다.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물통을 건내는 노인네의 인자함,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원더풀 을 연발하는 외국인 부부의 행복 도취 ,이 모두 살아있는 생명들이 함께 연출해낸 축제다. 뒤돌아 오름을 보면 구름이 봉우리를 흘러감은 완만하고 산림에서 나오는 샘물 소리는 더딘다. 신령산 아홉 용(龍) 이 오름을 보호하사 이때 무한한 의미는 오직 거문 오름만이 알고있다.

● 검문 오름 단상 (斷想) 3
    숲은 이내 우리들에게 절재와 엄숙함의 정적으로 다가 온다. 여기 저기 흩어진 삶이 흔적 속에서 섬의 뼈아픈 역사인 4.3 사건의 흔적을 더듬게 된다. 토벌 대에 쫏겨 둥굴에 숨어살다가 영문도 모르고 생을 마감했던 사람. 먼 나라로 간 그 사람들은 어느 곳에 안식하고 있을까? 또 하나의 한(恨)이 역사를 말하는 흔적 일본군 진지 동굴 순진무구한 섬 사람 들을 동원해 몸과 영혼을 착취했던 광란의 역사는 가슴속 깊이서 느껴오는 오싹한 한기에 이내 몸이 움츠러든다 .거문 오름에서 가까이 갈수있는 곶자왈 로 이어지는 숲길에 들어섰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은 한때 마. 소를 방목하기 위해 설치된 녹슨 철망이 주변을 둘러쌓고 있다 철망이 속살 깊게 파고든 나무는 병색이 완연해 보인다. 목초지에 뿌려진 농약으로 인해 숲속 야생화는 물론 고사리 군락지도 누렇게 변해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깝고 화가 치미는 현장이 아닐수 없다. 오르지 경제적 풍요 만을 추구하다 자연을 파괴하고 더불어 사는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는 오만과 광폭함이 극치라 아니랄수 없다. 인간은 대자연속에 잠시 머물러 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그러나 자연은 전진과 발전함에 있어 휴식이 없음을 알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않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은 우리 모두 가 바라는 자연의전진이다. 8月 어느 뜨거운 여름 거문오름 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정표도 없고 속도감 없이 좌층 우돌 짧은 삶을 살아온 나는 관조의 세계로 안내 됐다. 인간은 우주의 섭리속 에서 자연과 함께 작은 생명의 일원일 뿐이라는 겸허한 마음도 갖게 해줬다. 반성과 겸손의 미덕을 가슴속 깊이 내딛는 동안 어느덧 발길은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