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섬 갑부 “백 섬 채울게, 그 한 섬 나 다오”
2011-09-25 제주매일
대구로 가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정책에 따라 종전의 ‘정보사회진흥원’과 ‘정보문화진흥원’을 통합해서 태어난 기관이다.
당초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 혁신 도시 조성계획에는 ‘정보사회진흥원’은 대구혁신도시로, 그리고 ‘정보문화진흥원’은 제주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돼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들 두 기관이 통합되면서부터다. 통합기관이 제주혁신도시로 가야할지, 아니면 대구혁신도시로 가야할지 갈등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대구와 제주는 통합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 유치를 놓고 심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결국 ‘지역발전위’는 대구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로써 제주혁신도시 입주기관은 9개에서 8개소로 줄었다. 그나마 입주기관들이 소규모여서 그 직원 수가 총754명뿐이다. 과연 혁신도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혁신도시 수용인구는 2만7000여 명이나 된다. 이에 비해 제주혁신도시 수용인구는 고작 5000여 명이다. 무려 5배 이상 차이다. 두 도시간의 수용 인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치기관, 유치직원 수에도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 혁신도시 수용인구뿐인가. 광역자치단체로서의 대구와 제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면적, 인구, 재정, 경제, 시설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구가 벼 99섬을 보유한 갑부라면 제주는 겨우 벼 한 섬밖에 갖지 못한 빈한한 농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 99섬을 가진 갑부 대구가 벼 한 섬짜리 가난한 제주에 “나 100섬 채울 테니 그 한 섬 내게 다오”했으니 너무 치사하다. 더욱 치사한 것은 ‘지역 발전위’다. 대구 갑부의 말을 들어 “그래 한 섬 보태게 할 터이니 99섬과 합쳐 100섬을 만들어라”며 거들어 준 그 대통령 직속기관에 과연 지역 균형 발전의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