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시민들은 너무 억울하다

국립대에 耕地 앗기고, 사립대엔 牧場 속고

2011-08-28     제주매일

서귀포 시민들은 너무 억울하다
국립대에 耕地 앗기고, 사립대엔 牧場 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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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립대학에는 경작지를 앗기고, 사립대학에는 헐값 제공한 마을공동목장이 본래의 뜻과 달리 농락당하고 있다. 분노를 넘어 분통할 일이다. 그래서 서귀포 시민들은 너무 너무 억울한 것이다.
 지난 1964년이다. 그때도 서귀포 주민들은 고향 발전을 위해 대학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국립 제주대학교 이농학부를 유치하기 위해 토평동의 2만4000여 평 광활한 토지를 무상으로 내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구인들 땅 한 평이라도 아깝지 않으랴마는 서귀포 주민들은 대학 유치라는 일념으로 그 넓은 땅을 무상 기부했고, 제주대학 이농학부 유치에 성공했다. 소원을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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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서귀포 주민들의 소원 성취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 유치 15년 만인 1979년 서귀포 이농학부는 적당한 구실을 붙여 제주시로 이설해버렸다. 그렇다면 당국은 학교 부지의 무상 기증 목적이 사라졌으므로 당연히 서귀포 주민에게 되돌려 줬어야 했다. 원 소유주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대학 이설을 명분으로 국민으로부터 땅을 무상 기증 받아 놓고, 그 대학을 철수해버림으로써 공짜 땅을 얻은 그 엄연한 사실은, 법 이전에 국가가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바야흐로 이 비슷한 일이 이번에는 사립대학인 탐라대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학교법인 동원학원은 서귀포시 하원동 현 위치에 탐라대학을 세운다는 약속 아래 공동목장을 캠퍼스 부지로 헐값에 사 들였다. 역시 대학 유치가 소원이었던 서귀포시 주민들은 그 목장에서 소와 말을 키우는 것 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심경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목장을 헐값에 내 주었다. 학교법인 동원학원의 약속을 믿었고, 탐라대학을 신뢰했기에 가능한 용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같은 동원교육학원 재단 운영의 제주산업정보대와 통합을 명분으로 교육과학 기술부의 승인 아래 탐라대 캠퍼스 부지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기” 식이 된 것은 서귀포 시민들이다. 목장을 헐값에 내어 준 서귀포 시민들의 목표는 대학 육성이었는 데, 도리어 같은 재단내의 다른 대학을 이름만 바꿔 육성하기 위한 자금 줄로 희생하게 됐으니 또 속아 넘어간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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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교과부의 승인을 받았다 해도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의 형식상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라 볼 수가 없다. 재단이 다르면 몰라도 같은 재단 내의 두 대학 중 한 대학의 캠퍼스를 팔아 다른 한 대학의 시설-운영비 등 자금 조달용으로 악용하는 것은 편법이요, 속임수다. 설사 교명을 바꾼다 해도 말이다. 진정한 통합이라면 양 대학 캠퍼스에 학과를 분산 배치해 동일 대학으로서 함께 운영해 나가야 한다.
 탐라대 매각 반대 5만 명 서명까지 받아 놓은 ‘탐라대학 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가 내친 김에 서귀포시 68개 시민사회 단체와 힘을 합쳐 “과거 제주대학 이농학부 기부 토지 반환 운동”에까지 돌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이제 막 통합대학에 자녀 안 보내기, 청와대등 관계부처 방문하기, 대학 부당 행위 공개하기 등 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정부도 제주대학 이농학부 이설과 철수로 엄청난 땅을 공짜로 얻었으니, 목장을 헐값으로 매입한 탐라대학만큼은 육성해 주는 게 도리다. 국립대학에 치이고, 사립대학에 치인 서귀포시민을 너무 억울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