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주민투표’의 함정
소모적 논쟁보다 현실상황 인식해 도민 힘 합칠 때
‘해군기지 주민투표’의 함정
소모적 논쟁보다 현실상황 인식해 도민 힘 합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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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문제로 촉발된 도민사회의 갈등과 여론분열이 지칠 줄 모르고 있다. 문제 해결에 책임지고 앞장서야 할 주체들이 앞장서 분열을 획책하며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우선 도민사회 현안을 주도해야 할 도와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도민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제각각 제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문제해결방안으로 도는 도민여론조사를 말하고 있다. 도의회는 주민투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의회 내에서도 정파에 따라 다른 목소리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직전 의회에서 이미 의결했던 ‘강정해안 절대보전 지역 지구지정 해제 안’을 뒤늦게 파내어 ‘절대보전지역 지구 취소 의결안’으로 바꿔 통과시켰다.
의회 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해군기지 샅바싸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해군기지 갈등 해소방안으로 도민전체를 대상으로 주민투표 안을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주민투표는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도와 도의회, 그리고 도의회 내에서 이처럼 입장이 각각인 상태에서 주민투표의 실효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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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란을 통해서도 주장한 바 있지만 해군기지 문제의 명쾌한 해결방안이 된다면 도가 선호하는 여론조사든, 민주당이 내세우는 주민투표든 마다할 이유는 없다.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의사가 확실하게 확인되고 찬.반 양측 모두 결과에 승복한다면 주민투표가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군기지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기에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절차에 따라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국가정책 사업이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에 따라 토지 및 지역주민 어업 보상이 이뤄졌고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일부가 반대한다고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이는 정상적 정책추진이라 할 수가 없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주민투표를 통해 정책추진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면 모른다. 그러나 한창 사업이 진행 중이었던 상태에서 주민투표에 의해 국책사업방향 궤도를 벗어난다면 향후 국가정책이 제대로 흘러가겠는가. 우리가 해군기지 해결방안의 하나로 주민투표 방안을 수긍했으면서도 실효성에 부정적 시각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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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행안부장관과 협의하여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할 수 있고 지자체장은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 중앙행정기관장에게 통지하면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국책사업을 중간에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백번 양보해서 국방부장관이 주민투표를 수용했다고 하자. 주민투표 실시 과정에 나타날 심각한 갈등과 도민여론 분열, 만에 하나 투표율 미달사태나 투표결과에 대한 불복 등 또 다른 문제가 노출됐을때의 엄청난 사태 반전을 어떻게 감당 할 것인가.
주민투표가 실시되어도 문제고 찬반이 확인된 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심각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민투표의 허구성과 주민투표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하겠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니 주민투표니 하는 새로운 찬.반 대결구도 조성보다는 이른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는 기지를 수용하고 정부가 확실하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기지를 건설하고 경주방폐장이나 오산미군기지 사업 등과 비견할 획기적 지역발전계획과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도민이 하나로 뭉쳐 힘을 합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