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직업”에 대해서 조사하는 숙제를 한 적이 있었다.
가족일원의 직업은 무엇이고, 아이가 알고 있는 직업은 무엇이며, 사람은 왜 직업을 가져야 하는 지를 적는 숙제였다.
아이는 엄마의 직업을 자세히 설명해도 의외로 잘 몰랐고, 계속 설명하기 어려워 그냥 공무원이라고 말해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엄마가 내일 어디로 가지?”, “학교! 그럼 엄마는 학생이예요? 아님 선생님?”
초등학교를 1년 남짓 다닌 우리 아이는 자주 가는 교실과 운동장이외에는 학교 행정실이나 다른 장소는 자주 가지 않는 모양이다.
순간 과연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나의 역할이 학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행정실이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고, 아이가 풀어야 하는 세 번째 숙제인 직업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속한 행정실에서 나는 법령안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종의 서포터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 청중의 환호 속에서 두드러지게 빛나는 스트라이커가 결코 될 수 없다. 그저 스트라이커가 90분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뛸 수 있게 물도 갖다 주고, 땀도 닦아주는 2군에서 지원하는 스탭이다.
우리 공무원의 위치는 마치 일요일 저녁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열창하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지명도 낮은 가수와 닮아 있다.
거기서 임재범이라는 가수는 프로그램에 나온 목적이 딸아이에게 아빠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까지 콘서트에서, 앨범발매를 통해서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실력을 쌓아가는 가수로서 묵묵히 하였지만, 어린 아이는 아직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TV에서 본 적이 없어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는 멋진 곡을 선사하였고 아마 지금쯤 그의 딸은 아빠가 무대에서 빛이 나는 스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위치에서 청렴하고 투명한 행정 서포터로서, 열정을 갖고 자신의 맡은 소임을 다한다면 우리 자신도 스스로 빛이 나는 스타처럼 여기 아이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이해하고 감동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투명한 과정을 통하여 구입한 교구로 아이들이 수업에 활용하고, 내가 공정하게 감독하여 완공한 시설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만 해 봐도 내가 빛이 나는 스타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공무원이다. 아니, 중간에 감히 “자랑스러운”이라는 말을 넣고 싶다.
“나는 자랑스러운 공무원이다.”
내 딸이 성인이 될 즈음에 엄마 직업을 이해하고 존경심을 갖게 하는 이 말을 항상 가슴에 새겨 두면서 오늘도 열심히 파이팅 해 본다.
한마음초등학교 고 정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