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서랍 속 잠자고 있는 동전을 잠 깨우자
은행 점포수가 그리 많지 않던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돼지저금통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저축수단이었다. 돼지저금통이 푼돈을 목돈으로 불려주는 일종의 미니은행이었던게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 각 가정에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나도 어린시절 용돈이나 세배 돈으로 받은 동전을 빨간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저금통이 가득차면 배를 갈라 집근처 새마을금고에 입금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져서인지 몰라도 동전을 무시하는 경향이 높다.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을 저금통이 아닌 책상서랍이나 장롱 등에 방치하기 일쑤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방치되는 동전들이 늘어날수록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새 동전을 만드는 데 연간 약 7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 사실을 알고도 놀라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참고로 동전 1개의 제조비용은 10원화가 34.46원, 50원화 93.03원, 100원화는 140.63원으로 각각의 화폐액면금액보다 높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올해 도내 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저축은행 및 우체국 등과 함께「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전개하여 집 또는 사무실에서 잠자고 있는 약 5백 9십만개(약 7억 9천만원)의 동전을 깨워 재활용하였다. 이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2010년 동전발행량의 약 22.6%에 해당되는 규모로 이번 운동은 동전제조비용을 크게 절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동전 다시쓰기에 대한 인식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 동전이 자연스럽게 유출되는 “퇴장”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못된 동전 사용습관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동전의 퇴장, 즉 방치에 따른 비용은 동전을 원활히 유통시키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벌과금이다. 제주도는 관광지 특성상 여타지역에 비해 주화수요가 상당히 높은 만큼 도민들이 솔선하여 저금통의 동전을 꺼내 활발히 이용하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동전을 찾아 재활용함으로써 동전 부족현상을 해소하고 새 돈을 만드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줄이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업무팀장 임 석 빈